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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너무 겸손해서 탈’인 당신

작가

칭찬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중·믿음 부족 때문

자신을 낮게 평가하면 자존감 추락

누군가 당신 칭찬땐 기꺼이 수용해야

정여울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훌륭한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나는 어김없이 칭찬을 듬뿍 퍼붓는다. 이 솔직한 칭찬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설마요. 전 한 번도 글쓰기로 칭찬받은 적이 없는걸요.” “아니에요. 전 아직 멀었어요.” 단순한 겸양의 말이 아니라 정말 칭찬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속에는 이미 체질화돼 버린 겸손과 낮은 자존감이 뒤섞여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나 또한 칭찬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를 긁적이던 사람이었다. 나의 재능이나 능력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타인의 칭찬이 진심으로 수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 분야에서 이미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도 칭찬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습관화된 겸손의 말들로 응수한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요.”





우리는 왜 이렇게 칭찬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칭찬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막상 칭찬을 받으면 쑥스럽고, 숨고 싶고,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우리는 ‘이상적 자기 이미지’에 비해 ‘현실적 자기 이미지’를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적 자기 이미지가 언젠가는 도달하고 싶은 자신의 상상 속 모습이라면, 현실적 자기 이미지는 ‘나는 현재 이 정도의 사람이야’라고 판단하는 스스로의 자기평가다. 자기를 현실보다 낮게 평가할 때, 자존감은 추락하고 기분은 우울해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비관적으로 물들어간다.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과하게 느껴진다면, 일단 자신을 존중부터 해주자. 나는 언제부턴가 이렇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난 칭찬받을 자격이 있어, 내가 하는 일은 소중한 일이야. 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어. 그러니 칭찬을 있는 힘껏 받아들이자. 칭찬은 전혀 힘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향기롭게 만들어준다. 따스한 칭찬의 말들이야말로 나를 더 이상 ‘칭찬기갈증’에 시달리지 않게 했으며, 칭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예전보다 훨씬 밝아지고 당당해진 요즘, 나는 누가 칭찬해주기도 전에 오히려 내가 먼저 칭찬을 유도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처럼 편안한 사람에게는 거침없이 칭찬을 요구한다. “저 정말 잘했죠. 엄청 기특하죠.” 사람들은 귀찮다는 듯이 마지못해 칭찬을 해주면서도 활짝 웃어준다. 나의 이런 ‘설레발’이 상대방을 웃게 해주는 순간, 자화자찬이 유머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상대방이 내 자화자찬에 환하게 웃어주는 이유는, 이제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부족한 자기 이미지와 싸우고 있고, 따스한 칭찬과 다정한 응원에 목마르다. 칭찬에는 기술과 정성은 물론 때로는 아주 날카로운 전략도 필요하다. 또 오랫동안 칭찬에 목마르면서도 칭찬으로부터 도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니, 이제는 칭찬을 하는 것보다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됐다. 칭찬에는 분명 강력한 위로와 치유의 효과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치켜세우기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명한 근거를 들어 칭찬을 하는 것이 칭찬을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훨씬 따스하게 위로할 수 있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 당신이 하고 있는 바로 그 일, 그것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고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누군가 당신의 재능을 칭찬해준다면, 기꺼이 그 칭찬을 환한 미소로 받아주기를. 오늘도 힘겹게 하루를 꾸려오며 누군가를 기쁘게 해준 당신. 당신은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당신은 더 많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당신은 바로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눈부시고, 충만하며,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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