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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취린이’ 아닌 ‘취른이’입니다”…취업준비하다 늙어가는 청년들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령 30.9세

잇단 채용중단·인국공사태까지

체감실업률 26%로 사상 최악

"임금체계 등 고용시장 개혁을"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카페에는 ‘이제 취린이가 아닌 취른이가 돼간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취업을 앞둔 졸업예정자를 뜻하던 ‘취린이(취업준비와 어린이를 합친 조어)’가 사상 최악의 구직난에 졸업도 미뤄가며 스펙 쌓기에 매달렸지만 취업은 못하고 나이만 먹어가며 ‘취른이(취업준비+어른)’가 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글은 취준생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 발표 이후 취준생들의 절망과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공기업과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해온 취준생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불안과 좌절감이 이렇다 할 경력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취른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고 있는 셈이다.

이달 초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고려대 도서관은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취준생들로 만석을 이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계속 취업에 실패한 정모(26)씨는 “공채 가뭄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실감된다”며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의 마음을 정부정책 담당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같은 시각 이화여대 ECC 건물 곳곳에 마련된 모임공간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얼마 전 4학년 마지막 학기까지 마친 최모(26)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했지만 문과라 더 힘들다”며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상반기 채용 자체가 줄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20대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는 국가기관(22.8%)·공기업(21.7%)·대기업(17.4%) 순으로 나타났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을 희망하는 청년층은 5%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신입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아예 채용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마저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조합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협력사 직원 정규직화, 보안검색요원 직고용 결정 등 문제점을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일부 기성세대는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자리 양극화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 1993년에는 대기업 대비 73.5%였으나 2018년에는 52.8%까지 떨어졌다. 정규직 임금의 70% 수준에 불과한 비정규직의 비율은 2016년 32%에서 지난해 36.4%까지 높아졌다. 서울시립대 4학년인 이모(26)씨는 “질 좋은 일자리 자체가 별로 없어 절망스럽다”고 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갈수록 줄면서 취업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4월 인크루트가 2018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를 분석한 결과 30.9세로 나타났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 때의 25.1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7.3세 등과 비교하면 20년 새 6세 가까이 많아진 셈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20대 취준생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의 확장실업률은 26.3%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의성(28)씨는 “대기업·공무원 등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원하는 사람은 많다 보니 다들 스펙을 쌓느라 졸업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채용 시 일반 국가공무원과 같은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하자는 일명 ‘로또취업방지법’ 등의 한시적 해법보다는 현 임금체계 등 고용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사다리를 계속 타고 올라가면서 다른 이들의 일자리 기회를 제한하는 게 현 임금체계”라며 “산업별 일자리 활성화나 공공부문 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의 방법과 함께 임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놓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진혁·심기문·김태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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