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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사수 '을과 을의 전쟁'…부동산 정책실패가 부른 '웃픈현실'

전세가격 급등에 매물조차 씨말라

밤 늦게 퇴근하고 주말엔 여행가고

약속시간 넘으면 집 보여주기 거부

1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권욱기자




전세가가 한 달 만에 수 억 오르고 매물조차 씨가 마르면서 세입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껑충 뛴 가격도 문제지만 전세 매물도 실종됐다 보니 살던 곳에서 다른 전셋집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 해 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 곳곳에서는 기존 전셋집을 지키기 위한 세입자들의 눈물 겨운 사투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정책 발 주거 불안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과 계속 거주하려는 세입자들 사이에서 ‘을과 을의 전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한 공인 중개사는 “세입자들은 원래 사는 집을 보여주기를 꺼려 하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졌다”며 “요새는 매수자를 찾는 것보다 매수자에게 집을 보여 주는 게 더 힘들다”고 했다.

정책발 주거불안에…갈 곳 없는 세입자 눈물겨운 사투
서울경제가 주요 지역을 살펴본 결과 서울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요즘 집 보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은평구의 B 공인 중개사는 “집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약속을 잡으려 하면 평일에는 밤늦게 퇴근해 어렵다고 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가거나 고향에 가야 한다며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2주 뒤 주말에라도 잡자 하면 그 즈음에 다시 전화 달라고 하며 확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임대인은 부동산 카페에 “집을 내놨는 데 세입자가 부동산 연락을 안 받고 집을 안 보여 주려고 한다. 계속 집을 안 보여주는 경우 어떻게 해야 되죠”라며 상담을 구하는 글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특정 시간을 지정하고는 그 외 시간대는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11시로 아예 확정을 해두고, 그때 오지 못하는 경우 보여주지 못한다고 미리 못 박는 식이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도 제한을 받는 경우도 나온다. 최근 마포구에서 집을 알아 봤다는 B 씨의 경우 “가족들이 살 집이라 당연히 온 가족이 갔는데,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코로나도 있으니 한 명 만 대표로 들어오라’해서 부인만 들어가서 보고 왔다”고 전했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도 그럴만한 사정은 충분하다. 최근 들어 전세가가 급등하는 데다 물량 자체도 없기 때문에, 현재 거주하는 곳이 팔려 새로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게 되는 경우 전셋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최근 한 달 사이 전세가가 1억 가량 올랐고, 매물 나오는 것도 그나마 월세 중심인데 만기가 다가오는 집이라면 당연히 걱정이 되지 않겠느냐”며 “기존 주인이 만기 이후에도 보유하게 되면, 보증금을 좀 올려주더라도 당장 살 집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시세차익으로 인한 자본수익과 임대수익이라고 봤을 때 세금 부담을 높여 자본수익을 줄이면 결국 임대수익을 노리고 임대료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임대차 3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등 앞으로 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주자 못구해 발동동 거리던 '뉴스테이'…이젠 대기자만 100명
최근 ‘임대차 3법’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전셋값을 급격히 올리면서 한동안 공실을 면치 못했던 경기권 ‘기업형 임대아파트(뉴스테이)’ 단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이들은 몇 달간은 월세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까지 공실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들어오겠다는 대기자들만 1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전세대란이 만들어 낸 웃픈 현실이다.





대한토지신탁에 따르면 이들이 관리하는 뉴스테이 단지인 화성 ‘신동탄 SK파크뷰 3차’는 전 가구 입주가 완료됨은 물론 대기자만 100여 명이 넘는 상황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렌트프리 조건까지 내걸었던 아파트다. 하지만 지금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단지가 됐다. 동탄신도시 내 다른 뉴스테이 단지인 ‘행복마을푸르지오’, ‘동탄2롯데캐슬’, ‘동탄호수공원아이파크’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같은 현상은 동탄신도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수원 권선구 내 뉴스테이 단지인 호매실동 ‘힐스테이트호매실’, 오목천동 ‘수원권선꿈에그린’ 또한 공실이 없는 것은 물론 입주하려면 대기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용인 기흥구에서 임차인을 모집한 뉴스테이 단지의 경우 두자릿수 평균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제일건설이 공급한 기업형 임대 아파트 ‘신광교제일풍경채’의 임차인 모집 경쟁률은 평균 14.7대 1을 기록했다. 1,766가구 모집에 2만 6,033명이 몰렸다.

뉴스테이 단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비싸다며 외면받았다. 이렇다 보니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프리’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동탄신도시가 속한 화성시 아파트 전셋값은 5.39% 올랐다. 수원 또한 7.00%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성은 -0.24%, 수원은 -0.74% 전셋값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체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싼 곳을 찾아 움직이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임대차 3법 등이 도입되면서 임대료 상승 등이 나타나면 이 같은 현상 또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흥록·권혁준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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