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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막힌 노동개혁...결국 '취업 빙하기 세대' 눈물로

[창간기획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 하자-<하> 노동]

코로나로 기업 정규직채용 기피

5~6월 인턴 모집만 소폭 늘어

그나마 채용전환형은 씨 말라

'노동유연화=해고' 시각 탈피

재교육·상시채용 활성화해야

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에 마련된 코레일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하지 못한 청년층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대에 나타난 ‘취업 빙하기 세대’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대 중후반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나 30~40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청년세대 역시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취업에 대한 눈을 낮출 것인지’ ‘취업 재수를 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노동 유연성이 부족한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입사와 퇴직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기득권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졌던 노동 유연성 확보의 역풍이 결국 청년세대의 눈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채용 줄고 채용전환은 어그러지고=3일 취업 포털인 진학사 캐치가 지난 5~6월 채용공고 중 인턴 비율을 조사한 결과 5월에 9%, 6월에 8%를 차지해 전년 대비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공고는 2,300건 내외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인턴 채용은 130건 내외에서 약 200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나마 있는 인턴도 대기업 채용전환형은 씨가 말랐다. 동계인턴은 채용전환이 어그러진 사례도 발견됐다. 2월까지 인턴으로 일한 후 3월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관행을 깨고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것이다.

고용 한파는 대학을 이미 졸업한 20대 후반 여성, 30대 초반 남성 취업준비생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7)씨는 “뉴스에서는 코로나로 앞으로 2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한다”며 “신입직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공무원처럼 나이제한이 적은 분야의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3%포인트 늘었고 고용률은 42.2%로 1.4%포인트 줄었다. 특히 ‘취업 적령기’로 분류되는 25~29세의 고용률은 67.4%로 3.2%포인트 떨어졌다. 20~24세 감소 규모인 1.8%포인트보다 크다.



◇미뤄놓은 노동개혁이 낳은 ‘코로나 취업 빙하기’=전문가들은 입사와 퇴직이 자유롭지 않은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만성적인 청년고용난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첫 직장에 입사해 50대 후반까지 한 직장에서 근무하거나 이직을 해도 첫 직장이 대기업인지가 다음 직장에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입사와 퇴직을 결정하게 하려면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정착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는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자는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직업훈련을 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취업을 시작한 때의 경제 사정이 평생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노동 경직성이 뚜렷한 일본은 고도성장이 끝난 ‘잃어버린 20년’에 취업 시기를 맞은 사람들을 ‘취업 빙하기 세대’로 부른다. 1980년대에 태어나 버블 붕괴 시기인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로 지금은 30대 중반~40대 중반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대학 3~4학년 때 취업할 회사를 정하는 ‘취업내정제’ 등 우리나라보다 더욱 경직된 일괄채용 방식이 굳어 있다. 20대 중반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아예 양질의 일자리에서는 배제된다. 버블 붕괴 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니트족이나 프리터족으로 남았다.

◇‘노동 유연화=쉬운 해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도 노동개혁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노동 유연화’를 ‘쉬운 해고’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노동 유연화는 자유로운 입사 및 퇴직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유연화 전 단계로 직무 중심의 재교육, 채용 상시화,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급제 도입 등의 정책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노동 유연화=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으로 반대하면서 아예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임금·근로시간 등 내부적 유연화와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외부적 유연화로 나뉜다”며 “해답을 ‘해고가 경직돼 있어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직무와 조직에 적합한 전문성을 발휘해 창의성을 키워야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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