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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주는 방식으로 집값 못잡아...선한 의도도 부작용 살펴야"

[대통령의 '부동산 규제 만능주의' 문제있다-전문가 진단, 제언]

정부-국민 부동산 인식 괴리...집값 벌써 안정화 평가 성급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시장 참여자를 '적'으로 모는 것

주택 정책은 속도전 아냐...단계별 시행으로 충격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0일 발언에 대해 “정부와 국민 사이의 현실인식에 대한 괴리를 확인했다”고 총평했다. 전문가들은 사유재이면서도 공공재 성격을 지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등 각종 변수가 얽혀 있는 주택시장을 ‘더 센 규제’로만 억누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규제→주춤→상승→규제’ 등 20여차례의 대책이 보여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선한 의도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간과하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도 “투쟁 구도를 만들고 겁만 줘서 시장을 잡는 것은 오래갈 수 없다”며 “이제는 부작용도 살펴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대통령은 어떤 자료를 보고받고 있나”=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한 내용 중 하나는 “과열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조 교수는 “전국 평균으로 보면 안정됐다고 말한 게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전국 평균은 아니지 않느냐”며 “밑에서 대통령께 어떤 자료를 보고하느냐에 따라 판단을 잘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세입자가 주거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관점에서는 안정적, 그 외 사안은 다 불안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뒤 주택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데 벌써 안정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정확하지 않은 상황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조차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잡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보유세는 세계적으로 지방정부가 지역에 필요한 도로·학교 등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지방 세목”이라며 “중앙정부가 모든 주택 과세표준을 합산해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도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해외에 무기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있다’고 사례를 든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임차시장은 서구식의 월세가 아니라 보증금 규모가 큰 월세, 전세 등 독특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순수 월세 기반으로 쓰고 있는 제도를 우리 시장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참여자에 대한 불신도 문제=전문가들의 또 다른 우려는 시장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전제가 묻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불로소득이나 다주택자 규제, 부동산 감독기구 모두 ‘악한 의도의 행위자’를 기본 전제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인데, 이를 수용하지 않고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면 결국 시장 메커니즘을 흩트려놓는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에 대한 정치적 시각이 ‘부동산 감독원’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비공식적인 개인 임대를 제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임대사업제를 한 것인데, 정부의 기조가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임대인들이 투기세력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무주택자로 하여금 ‘다주택자가 내 집을 뺏어갔다’는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에서 실거주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투기세력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상당수의 부동산 참여자를 ‘적’으로 보는, 굉장히 좋지 않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챙기며 가주길” 당부=너무 많은 제도가 나오다 보니 정책 간 충돌도 나타나고 있다. 김 실장은 “주택시장 안정은 온 국민의 바람이기도 한데 정책이 너무 빨리 나오다 보니 정책 간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며 “주택 정책은 속도전이 아니다. 정부의 조급함이 시장에서 효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연구위원은 “부동산 대책에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제출됐음에도 살펴보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입법 남용, 입법 만능주의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책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조 교수는 임대차 시장의 최근 논란을 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장을 세팅하고 개입한다고 하는 게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정책이라면 가능한 모든 부작용을 살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쏟아내니 결국 정책 일관성이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 역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선한 의지와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시장 참여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단계별로 시행해 시장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흥록·양지윤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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