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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현질'하면…30%는 여기로 간다[오지현의 하드캐리]

에픽게임즈는 지난 13일 애플의 맥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해 애플을 소설 ‘1984’ 속 독재자 ‘빅브라더’에 빗댄 영상을 공개했다. 에픽 측은 “우리는 앱 스토어 독점(monopoly)에 대항해 싸워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30%.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에서 게임 앱을 구매하거나 ‘인앱결제(앱 내 결제)’를 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 비중입니다. 그간 여러분이 구매해온 유료게임 구매액은 물론 게임 앱에 충전한 캐쉬, 구매한 아이템 등 모든 결제를 통튼 금액의 30%가 구글과 애플로 흘러갔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구글·애플, 왜 이렇게 시끄러워?
최근 구글의 앱 마켓 수수료 정책이 이슈죠. 정책이 업데이트되면서 그간 게임 앱에만 강제되던 인앱결제가 모든 앱 전체로 확대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웹툰, 음악 스트리밍, 동영상 스트리밍 등 모든 서비스의 매 결제 금액에 게임과 같은 수준의 30%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에 자체 결제 시스템이나 PG사 결제를 통해 1~7% 가량의 수수료를 부담해왔던 앱 사업자 입장에서는 급격한 인상률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거래 수수료 정책. /구글


애플은 기존에도 앱 종류와 관계 없이 30% 수수료를 부과해왔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인앱결제가 꾸준히 일어나는 게임 분야에서 지출하는 수수료 규모는 상당할 수밖에 없죠. 한국모바일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모바일 콘텐츠 매출의 절반 가량(45.3%)이 인앱결제에서 나왔고, 마켓별 매출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87.8%에 달했습니다.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 중인 국내 모바일 게임 앱 매출은 지난해 4조2,880억원에 달했습니다. 매출의 30%인 1조2,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수수료로 지불됐다는 추산이 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쉽게 애플이나 구글에 ‘보이콧’을 외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되어 있고, 구글과 애플은 각 OS와 더불어 앱 마켓을 독점에 가까운 체제로 점유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스마트폰을 고르든 구글이나 애플 한쪽의 독점 시장 안에 속하게 되는 셈이죠.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앱 사업자들은 아무리 불리한 조건을 제시받아도 이를 거부할 방법이 없습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서 이용되는 게임 캐쉬 ‘브이벅스(V-BUCKS)’를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자체 결제 수단으로 직결제시 20% 할인을 해주겠다는 결제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가 앱스토어로부터 차단됐다. /에픽게임즈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에 반기를 들 만한 협상력을 가진 앱 사업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 언리얼 게임엔진과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전쟁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시스템을 통한 결제를 유도했다 애플·구글 양쪽 앱 마켓으로부터 차됐습니다. 이에 에픽 측은 애플과 구글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며 소송전에 나섰습니다.

불똥은 에픽의 게임을 넘어 다른 서비스에까지 번졌습니다. 애플이 애픽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차단해버린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에픽은 앱스토어에 새로운 앱을 등록하거나 업데이트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데이팅 앱으로 유명한 매치그룹도 잇따라 에픽게임즈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그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물어왔던 30%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거죠.





소비자들은 알고 냈나?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지난 27일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정윤혁 고려대 교수가 조사한 인앱결제 경험자 508명은 월평균 2만839원을 게임, 동영상·음원 스트리밍 등 앱 결제에 소비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은 앱 마켓 수수료가 30%이며, 웹에서 동일 콘텐츠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성배 국민대 교수는 “앱스토어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면시장이면서도 앱 소비자나 개발자 모두에게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형태이고, 그럼에도 미리 콘텐츠 가격을 비교해 선택할 수 없다”며 “현재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이나 애플이 앱 마켓을 통해 얻는 게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인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개발자 유인을 저해하는 독점적인 지배인지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글로벌 출시시켜주니 30% 내라고?
물론 국내 중소 게임사들이 앱 마켓 출시를 통해 쉽게 글로벌 시장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는 건 무시 못할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익도 발생할 수 있죠. 하지만 현재 업계의 문제 제기는 ‘선택권 보장’에 가깝습니다. 구글 아니면 애플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수수료 정책과 결제수단을 강요하고 이를 따라야 하는 건 지배력 남용이라는 거죠.

한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이 ‘리니지’나 ‘카트라이더’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데 무슨 도움을 줬다고 할 수 있나”라며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경우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에 비해 30%라는 통행료는 너무 과도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수수료 수준을 떠나 자사 결제수단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4분기 한국 게임 앱 중 소비자 지출 부분에서 엔씨소프트의 ‘리지니 2M’과 ‘리니지 M’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리니지2M’은 올해 1·4분기 구글 플레이스토어 전세계 소비자 지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앱애니


정부 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시행령 마련에 돌입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현행법 위반 및 시정조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실제 수수료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면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앱 마켓 사업자의 30%라는 수수료, 플랫폼 사업자로서 징수할 수 있는 수준일까요?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앱 서비스의 소비자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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