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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국민만 피해봤던 '18일간 의료공백' 누구의 잘못일까

스케치북으로 보는 '의사 파업 4대 쟁점' 8분 총정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덕분에’ 캠페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들어진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수많은 의료진들에게 사람들은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죠. 그런데 7월을 지나 8월으로 가면서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갑자기 의료계, 특히 의사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거죠.

코로나19가 아직도 한창인데,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국내 5대 병원까지 참여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심정지 환자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사고도 연이어 나왔습니다. 지난 4일, 정부 여당과 의료계가 밤샘 협상 끝에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아직 파업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죠.

◇정부 vs 의협, 뭐 때문에 싸운 걸까

정부와 의협이 서로 팽팽히 대립한 이슈는 총 4가지입니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그리고 비대면 진료. 이 4대 논제에 대해 의협은 각각의 이유를 들어 ‘4대 악’으로 규정했죠.



이 중 가장 크게 대립했던 게 의대정원 확대 문제였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빛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서 2006년부터 16년간 묶여 있었던 의대 정원을 10년간 3,458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요. 증원된 4,000명 중 1,0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 전문가와 기초과학·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전문가로 양성하고, 나머지 3,000명은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뽑아 재학 중 장학금을 주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간 지역병원에서 중증 필수의료 부문에 의무 종사하게 하겠다고 발표했죠. 의무 종사를 어길 시 면허를 박탈하고 장학금을 환수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2,4명에 불과해 OECD 국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수도권에 의사가 편중되어 있어 지방 의사 수는 더욱 더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정 과 기피 현상도 심해서 전문의 10만 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불과할 정도로 특수 분야 의사가 부족하죠.

정부는 이 문제를 증원과 재배치의 방식으로 풀겠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의협은 회의적이었죠. 수도권 편중의 근본 원인인 인프라 부족과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사 수를 늘리고 재배치해봤자 의료의 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될 거란 논리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의무 복무를 채우고 나면, 지역에 머물며 중증 의료에 힘쓰는 게 아니라 타 지역으로 이동해 다른 과로 개업할 확률이 높다고 봤죠. 10년 간 4,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도 의문을 품으며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적정 의사 수 산출을 논의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습니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분야 중심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의무사관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의협은 공공의료기관 의료 경쟁력 강화와 처우개선, 그리고 필수의료에 대한 전면 개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공공의대가 정말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첩약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서 환자의 부담률이 높은데도 시장 규모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한의 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규격품 한약재를 사용하고 조제내역을 공개하는 등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한의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통의약 비중이 높은 일본과 중국은 각각 1961년, 1995년부터 첩약 보험을 적용해왔죠. 하지만 의협은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의 검증이 시범사업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진료.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상태입니다. 지난 5월엔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이에 대해 의협은 비대면 진료 시 제한적인 소통이라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될 수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결국 원격의료로 이어져 의료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는데요. 원격의료가 확대될 경우 1차 의료가관과 대형병원의 물리적 접근성 차이가 없어져 대학 병원 온라인 진료에 사람이 쏠리고, 그에 따라 오프라인 진료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중소도시나 시골 도시엔 병원이 점차 사라질 거라고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진료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였죠.

◇길고 긴 갈등의 역사…누구의 잘못일까

그런데 잠깐. ‘원격의료’, ‘의료민영화’라는 단어, 어딘가 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그렇습니다. 2014년 발생한 의협 집단 휴진을 촉발한 이슈죠. 정부가 2013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갈등이 시작됐고, 의협은 이듬 해 3월 10일 응급실 중환자실 등 일부 필수진료를 제외하고 전일 휴진을 실시했습니다. 법안은 결국 폐기 되었죠.



나머지 이슈들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공의대는 2012년 3월 ‘공공의료인력 양성방안’에서, 지역 의사제 특별 전형 제도는 같은 해 6월, ‘의사인력 적정수급 협의체’ 회의에서 ‘의과대학 정원 외 입학제도’란 이름으로 처음 논의됐는데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2006년 의대 정원이 묶인 이후 꾸준히 제기되었던 사항이고, 첩약 급여화 문제 역시 2007년 한의학학회에서 처음 요구한 사항이죠.

이렇게 오래된 문제들이 왜 지금 하필 지금 터져 나온 걸까요? 시작은 5월 6일, 더불어민주당이 ‘의사 수 확대’ 문제 공론화에 나서면서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됐기 때문이죠. 여기다 6월 들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논의가 진행되면서 의협과의 마찰은 커져갔습니다. 결국 7월 22일, 의협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을 밀어붙이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요.

하지만 바로 다음날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이 발표되고, 또 바로 그 다음날 건정심의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 방안’ 보고서가 나오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고,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며 강경 대응을 하자, 의협은 다시 9월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하겠다고 맞서며 싸움은 격해져만 갔죠.

이 사태는 대체 누구의 잘못이었을까요? 아무리 오랜 기간 제기되어 온 문제들이라고 하더라도 의사들의 반발이 큰 정책을 코로나19로 정신없는 틈을 타 그대로 진행시킨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남의 목숨”으로 파업한다며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더 잘못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양 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할 때 피해를 보는 건 ‘환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엔 당장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은 물론이고, 먼 미래의 환자들도 포함됩니다. 정부와 의협이 대립한 4가지 쟁점은 앞서 말한 특정 과 쏠림 현상,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변하는 의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꼭!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이거든요.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구멍이 숭숭 뚫린 부실한 정책이 세워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우리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정부와 의료계의 ‘진정한 대화 의지’입니다. 9월 초, 양측은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습니다. 3일 의협은 파업 14일 만에 “‘단일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정부 및 국회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국회와 의료계 논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4일, 정부 여당과 의료계는 밤샘 협상 끝에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관련한 협상에 최종 합의했죠. 하지만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가 이어지는 등 파업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반쪽자리 협상안이란 오명을 쓰긴 했지만, 대화의 물꼬가 터진 만큼 앞으로 의미 있는 논의가 이어져갈 수 있길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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