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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가는 선박 띄우고 사업화…'또 다른 고래' 찾는 울산

[혁신 꿈틀대는 규제자유특구]

<하> 울산 '수소전지' 메카 도약

에이치엘비 ‘수소선박 개념도(왼쪽)’, 에스아이에스 울산 공장(오른쪽).




한때 고래로 유명했던 울산이 수소연료전지로 가는 선박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래로 먹고살았다면 앞으로는 선박 엔진을 내연기관에서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또 다른 ‘고래’를 찾겠다는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이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에이치엘비와 같은 수소연료전지 개발업체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용 수소전지 개발은 현대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기존의 선박 엔진을 수소전지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규제에 막혀 상대적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울산이 수소선박을 사업화하기 위한 규제프리를 선언하면서 실증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에이치엘비는 내년 초 장생포 앞바다에 수소선박을 띄울 예정이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움으로 개발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져 이르면 연내에 수소전지를 동력으로 바다 위를 오가는 선박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은 내연기관 선박들이 오가며 각종 오염물질을 내뿜어 고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지만 친환경 수소전지 선박으로 대체하면 이곳에 다시 고래가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번지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내연기관 선박은 주로 벙커C유 등 환경에 유해한 연료가 쓰이지만 수소연료전지 추진 선박은 친환경인데다 소음도 적고 효율도 높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유람선 크기의 수소선박 운항노선을 상징적으로 울산 장생포 앞 고래특구에서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정했다.

에이치엘비가 개발 중인 수소선박은 한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람선 크기다. 한 번 충전하면 반나절 운행이 가능하다. 실증은 소형 유람선급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중·대형 선박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2차 실증을 진행하고 안전성을 확인한 뒤, 내년 말께 소형 선박 수소연료전지 규정안과 법령안을 만들고 오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증이 끝나면 늦어도 2022년에는 수소전지로 가는 선박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수소전지 선박에 대한 관심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뜨겁다. 유럽의 경우 강 지류에 수많은 유람선이 떠다니는데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다 보니 환경오염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유럽 쪽 선사로부터 수소전지 선박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벙커C유 대체 친환경船 개발 훈풍…유럽서도 러브콜



규제 풀어주자…中企 몰려들며 ‘수소사업 실증기지’로

경북은 차세대 배터리 재활용 선도 ‘도시광산’ 탈바꿈



에이치엘비 외에도 일진복합소재·제이엔케이히터 등 24개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소운송 시스템, 수소저장탱크 등과 같은 실증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규제 대못을 뽑아줬더니 기업들이 신기술을 사업화하겠다고 적극 뛰어든 결과다.

이 가운데 에스아이에스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무인운반차를 개발해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스아이에스 관계자는 “현재는 설계가 다 끝나고 무인운반차 제작 단계에 있다”며 “자율주행 기술까지 적용돼 운전자가 없어도 하루 종일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운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특구 울산에서 업종을 아예 전환한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휴대폰 배터리팩을 생산하던 중소기업 가온셀은 이곳에서 수소연료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메탄올과 물의 전기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어 지게차에 적용하고 있다. 주력산업 부진으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로 전국의 21개 규제자유특구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산이 수소연료전지 실증기지라면 인접한 경북은 차세대 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에서는 15개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에코프로지이엠은 전기차 등에서 나온 폐전지를 재활용해 전구체 원료를 뽑아낸다. 스마트폰에서 금과 구리 등을 추출하는 ‘도시광산’과 같은 개념이다. 전구체는 배터리 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의 핵심원료다. 에코프로지이엠 관계자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는 재활용이 가능해 잔존가치가 높다”며 “궁극적으로 폐배터리에서 전구체 99%를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배터리에서 전구체를 추출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만 수율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높이면 사업화가 가능해진다.

제주 전기차 충전 서비스 특구에서는 16개 기업들이 이동형 충전 서비스, 충전 인프라 공유 플랫폼, 충전시간 단축을 위한 고도화 등을 실증한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분사한 에바는 벤처캐피털(VC)이 주목하는 스타트업이다. 네이버·슈미트 등에서 초기 투자를 받은 에바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 기술 실증을 준비 중이다. 이동형 전기차 충전 기술은 휴대폰 보조배터리와 유사한 개념이다. 전기사업법 등 현행법에서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려면 안전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에바의 기술은 현재 안전인증에 적합하지 않아 이곳 제주 특구로 달려왔다. 이동형 충전 기술은 이미 미국·독일·중국 등 전기차 선진국에서 상용화에 진입하는 등 국가별 경쟁이 심하다. 정부가 제주 특구를 통해 실증을 지원하면서 우리나라도 경쟁 대열에 끼게 됐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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