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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공매도는 증시 파수꾼...고평가된 주식 제자리 돌려놔”

■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하고 개인도 쉽게 할 수 있게 개선을

증권사끼리 주식 빌리는 대주 없애고 제3자가 관리하도록 해야

매매차익 양도세 부과 맞지만 거래세까지 물리는 건 이중과세

동학개미 영향력 확대 바람직...중고교때부터 투자교육받아야

안희준 증권학회장은 23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매도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은 가격 발견에 있다”며 “공매도가 없으면 매도 수요가 막혀 주가가 고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성형주기자




안희준 증권학회장은 “공매도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은 가격 발견에 있다”며 “공매도가 없으면 매도 수요가 막혀 주가가 고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성형주기자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해당 주식을 사서 돌려주는 투자기법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의 원성을 많이 사고 있다. 오죽했으면 2016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가담하는 증권사에서 그렇지 않은 증권사로 주식 계좌를 옮기는 운동까지 했을까.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한 배경에는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빗발치는 금지 요구도 있었을 것이다. 공매도 금지는 이후 6개월 연장돼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국회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에서부터 폐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공매도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방해하고 주가 하락을 부르는 나쁜 제도일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인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은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된 주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공매도의 가격 발견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매도는 이를 통해 증시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는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큰 제도”라며 “제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다듬어 다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3일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안 학회장을 만났다.



-공매도 금지가 내년 3월까지 연장됐다.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가 뭔가.

△주가가 급락하고 불안정 장세가 지속하면 공매도를 통해 투매가 이뤄질 수 있다. 투매는 다시 불안정성을 키우고 주가 급락을 초래한다. 그런 우려 때문에 금지했다고 생각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가 급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금융주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패닉 셀링, 즉 투매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 시장 불안정성이 가속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공매도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론은 공매도 금지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미 금융당국은 이 결론을 받아들였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주가가 상당히 많이 내렸는데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다.

-우리 금융당국도 그런 연구 결과를 알고 있었을 텐데 금지한 이유는 뭔가.

△미국도 우리도 주가 급락에 대비해 여러 가지 장치를 갖추고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대표적이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했다. 우리 금융당국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금지한 효과가 실제 있었다고 보나.

△시각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이후 주가 추세를 보면 뚝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공매도 금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를 공매도 금지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 증시의 흐름도 우리와 비슷했다. 다른 많은 나라도 단기 하락 후 회복했다. 이렇게 보면 공매도 금지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공매도 금지가 6개월 더 연장돼 내년 3월까지 유지된다. 세계적으로 1년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곳은 드문 것 같다.

△미국·영국·일본은 아예 공매도 금지를 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일부 국가만 금지했다. 그나마 5월 이후 시장이 회복되자 대부분 금지를 풀었다. 대만·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해제했다. 현재 공매도가 금지된 나라는 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정도다. 내년까지 연장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증시 규모가 작다. 증시 규모가 세계 10위권 안에 있는 나라 가운데 내년까지 연장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한 것 같다.

-많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가 기관투자가에 유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업틱(Up-tick)룰’이라는 게 있다. 공매도 주문을 넣을 때 현재 형성된 가격보다 비싸게 주문을 넣게 돼 있다. 싸게 주문을 넣어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 조치가 차익거래·헤지거래·시장조성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평등하게 보일 수 있다. 또 개인은 기관만큼 공매도 참여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공매도 제도는 폐지해야 하나 아니면 유지해야 하나.

△유지하되 개선하는 게 맞다. 선진국은 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려면 사는 쪽도 있어야 하지만 파는 쪽도 있어야 한다. 이때 파는 쪽은 주식이 없으면 팔 수가 없다. 공매도 제도가 있으면 이를 통해 매수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해소할 수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뉴욕 증시 전체 거래량의 45% 정도가 공매도 물량일 만큼 활성화돼 있다. 한마디로 순기능이 상당히 크다. 역기능도 공매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운용에서 생기는 것이다.

-어떤 순기능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순기능은 가격 발견 기능이다. 공매도가 없으면 매도 수요가 막혀 주가가 고평가될 수 있다. 길게 볼 때 공매도 제도가 없으면 고평가된 주식은 결국 폭락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균형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엔론 스캔들(에너지기업인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사건)이 터지기 전 대규모 공매도가 있었다. 전문투자가가 들여다보니 회계장부와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주가와 불일치가 심했다. 공매도를 통해 주가 급락을 경고한 측면이 있다. 공매도가 없었다면 기업가치와 괴리된 주가가 상당 기간 유지됐을 것이다. 증시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역기능은 무엇이 있나.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한다.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공매도를 하면 나중에 청산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다.

-무차입 공매도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미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징역형도 있고 수백만달러가 넘는 벌금도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범죄는 미리 판단하고 계산해 저지르는 계획범죄가 있고 충동적으로 분노가 폭발해 저지르는 우발범죄가 있다. 금융범죄는 모두 계획범죄다. 사전에 자신이 얻을 이득은 얼마나 되고 발각될 확률과 그때의 처벌은 어떤지 등에 대해 다 계산한다. 계획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처벌이 약할수록 범죄 유인이 커진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힘든 대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현재 대주(주식 대여)는 증권사끼리 개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한곳에 모아 공공 성격을 띤 제3자가 관리하도록 하면 된다. 핀테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민간업체가 나서서 각 증권사 계좌에서 대주할 주식 데이터를 모아 연결해줄 수 있다.

-공매도 대상 종목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홍콩 증시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유동성이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허용하지 않는다. 공매도 유형을 보면 대개 유동성이 많은 종목 위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의 가격 발견 기능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일부 종목만 아니라 전체 종목에 다 적용하는 게 맞다. 물론 그 전에 처벌 강화 등 제도가 확실하게 갖춰져야 한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5,000만원 이상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주식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맞는 방향인가.

△돈을 벌면 세금을 내는 게 맞다. 맞는 방향이다.

-양도세를 새로 부과하면서 거래세는 유지했다. 이중과세 아닌가.

△이중과세가 맞다.

-당국도 알고 있을 텐데 거래세를 왜 완전히 없애지 않았나.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다. 고빈도 매매 문제도 있다. 거래세가 없어지면 잦은 거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선진 기법을 도입해 고빈도 매매를 많이 한다. 그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장기 투자가 바람직한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거래세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될까.

△거래세 유지로 장기 투자를 유도할 것은 아니다. 장기 투자는 양도세를 통해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장기 투자했다면 그만큼 양도세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부동산에서 장기 보유한 경우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 들어 ‘동학개미’라는 단어가 새로 생겼다. 이들의 증시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졌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리의 자산 구조를 보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금융 쪽을 더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는 바람직하다. 다만 증시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참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외국은 어릴 때부터 금융투자 교육을 받는다. 우리도 중고교에서 금융투자 과목을 개설해 교육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1963년 춘천 출생으로 강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무금융 전공으로 홍콩시립대와 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성균관대 글로벌보험연금대학원장도 맡고 있다. 국내외 학술지에 시장 미시구조, 투자론 분야 연구논문을 다수 발표했으며 ‘아태재무연구’와 ‘재무연구’ 등의 학술지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자금지원심사소위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인가외부평가위원, 한국거래소 법원감정평가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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