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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유니콘 도약' 발판만들었지만...전체 中企의 1%만 해당[비상장 벤처에 복수의결권]

2조 조달하면서 창업주 의결권 지분 지킨 구글 사례 참고

존속기간 최장10년...상장해도 경영권 보호위해 3년 유예

재계 "모처럼 친시장 조치 환영...상장 벤처 빠져 아쉬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발표된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방안의 핵심은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 발행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은 ‘1주에 1개’가 원칙이다. 정부는 여기에 특례를 부여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는 1주를 갖고 있더라도 의결권을 10개까지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벤처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도 창업주의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불안정 우려 없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다.

실제 성장기 스타트업에 대한 스케일업(scale up)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벤처·창업기업에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누구에게 얼마나 주나

복수의결권 주식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고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에게 허용된다. 상장기업은 기업공개를 통해 이미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주식 분산으로 이해관계자도 많아 복수의결권 발행 대상에서 배제됐다.

창업주는 자본금을 출자해 회사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면서 지분 30% 이상을 소유한 최대주주를 의미한다. 창업주가 다수인 경우(공동창업), 현재 이사로 재직 중인 창업주들의 지분을 합산해 50% 이상 최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각각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대규모 투자유치로 창업주의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경우 발행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는 누적투자 100억원 이상이면서 마지막 신규 투자금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발행한도는 복수의결권 주식은 1회에 한해 1주당 의결권 10개 한도로 제한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규정하되 과도한 의결권 부여 방지를 위해 1주당 의결권 수를 최대 10개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인도 등도 의결권 수를 최대 10개로 상장 규정에 명문화하고 있다.

발행절차는 창업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보다 엄격한 주주동의 확보를 위해 발행된 주식 총수의 4분의3의 동의가 필요하다.



◇‘벤처 스케일업’ 첫 단추 끼웠다

구글은 지난 2004년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다. 그 결과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한화로 2조원에 가까운 16억7,000만달러를 조달하면서 의결권 지분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비상장 벤처에 대한 복수의결권 발행 허용도 이런 구글 사례를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를 통해 인수합병(M&A)에 따르는 대주주 지분 희석 등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따라 경영을 유인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결국 창업과 고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복수의결권 악용 가능성은 원천 차단

복수의결권 제도가 편법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상속이나 양도, 이사 사임 시 복수의결권 주식은 소멸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통한 영구적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10년 한도로 존속기간을 정관에 규정하도록 했다.

벤처기업이 상장될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사적 이익 편취 등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 후에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다만 상장해 지분이 분산될 때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벤처기업이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경우는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해 편법적 지배력 강화 등을 방지하기로 했다.

벤처기업이 성장해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서 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은 유효하다. 다만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은 소수 주주와 채권자 보호 및 대주주 견제를 위한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 1주당 1 의결권으로 해 복수의결권 주주의 지배력을 제한할 수 있다. 주요 의결사항은 감사의 선임 및 해임, 회사에 대한 책임의 감면, 이사의 보수, 배당 때 등이다. 또 복수의결권 주식의 변경사항과 관련한 정관 변경 시에도 1주당 1의결권으로 해 복수의결권 주주의 남용을 방지하도록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수의결권이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수단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감사 선·해임, 이사의 보수 등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며 “주식의 상속·양도나 기업의 대기업 편입 등의 경우에는 당연히 복수의결권이 소멸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 “경영권 보호 기폭제 되길”

벤처업계는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통해 기업사냥꾼 등의 적대적 M&A 시도에 국내 기업의 경영권이 더 취약해질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던 것에서 변화 조짐을 보인 것이라 이번 조치가 유난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협회는 논평을 통해 “자금력이 약한 혁신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 도입은 숙원이었다”며 “창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벤처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기 벤처투자의 경우 경영권 분쟁 사례가 거의 없어 정부의 벤처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조치가 실제 긍정적 효과로 연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상장 벤처에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부 벤처 인증을 받은 비상장 업체는 3만8,000개로 전체 중소기업(360만개)의 1%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기업 임원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조치라 고무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복수의결권 도입 대상이 비상장 벤처에 국한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제도 시행에 따른 견제 장치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실제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온갖 기상천외한 편법을 동원해 경영권을 승계한다거나 주주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박호현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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