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여는 수요일] 모래밥 먹는 사람

유홍준

저기 저 공사장 모랫더미에

삽 한 자루가

푹,

꽂혀 있다 제삿밥 위에 꽂아 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시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모래성은 허망하게 스러지는 것에 대한 오래된 은유지만, 놀랍도록 견고한 현대 문명의 바탕이 모래라면 얼핏 이해하겠는가. 우리는 모래가 주재료인 콘크리트 건물에, 모래로 만든 유리창에, 모래로 만든 도로에, 모래로 만든 안경을 끼고, 모래로 만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있다. 빈스 베이저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는 20세기 산업사회와 21세기 디지털 세계가 모래 위에 세워졌다고 말한다. 모래를 비벼 문명을 세우는 인부가 모래밥을 먹는다. 삽과 숟가락은 닮았다, 무덤과 고봉밥처럼.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로 견고한 것일까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