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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집단면역은 환상...지속 가능한 방역·의료체계 구축할 때"

■ 국내 감염학 전문가 6인 인터뷰

노인층 등 나눠 접종 계획...면역력 얼마나 지속될지 알수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 시스템 보완·재정비 등 '방역 재전환' 필요

4차 대유행 대비 전담병원 마련하고 비대면 진료도 활성화해야





“집단면역은 환상입니다.”

국내 감염학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정부는 “오는 3·4분기 내에 많은 백신 접종을 시행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룰 수 없다”며 정부의 공언을 ‘희망 사항’으로 일축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앞으로도 반복될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대비해 우리 사회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셧다운으로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상 정책을 세부적으로 재정비하고 4차 유행 등 ‘n차 유행’에 대비해 감염병 전담 병원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서울경제가 만난 6명의 감염학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코로나19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은 이론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집단면역은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이 아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면역력도 오래 지속해야만 달성 가능하다”며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노인층, 특정 직업 종사자 등으로 나눠 접종을 계획하고 있는데다 접종 후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술적으로도 올 11월까지 집단면역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루에 40만 명씩 매일 맞아야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한데, 중간에 사망자가 나오거나 공급이 막히면 접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게 집단면역을 공언하기보다는 현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역 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뜻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재정비하는 ‘방역 재전환’도 필요하다. 지난 1년간 정부는 거리 두기 시스템을 수차례 개편했지만 정작 단계 격상 타이밍을 지키지 않는 실수를 반복했다. 이른바 ‘빠른 완화, 느린 격상’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3차 대유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가 800~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며 거리 두기 3단계 기준을 초과했다. 하지만 정부는 소상공인의 생계 문제를 우려해 단계를 상향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확진자 수가 300명대까지 떨어지며 기세가 꺾였지만 이 같은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방침은 거리 두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교수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마련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지침을 방역 당국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며 “확진자 수가 조금만 줄어도 곧바로 거리 두기 단계를 하향하는 정책 방향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오히려 소상공인의 생계 위협을 장기화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수년간 적용될 보상 체계를 방역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는 고위험 중점 관리 시설이 문을 닫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상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보상해줘야 방역이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 2월부터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4차 대유행’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백신이 2·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는데다 설 연휴와 개학 등 생활 속 확산이 폭발할 만한 요인이 여전히 산재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방역 고삐를 조이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병상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병원은 대개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 해당 권역 의료 체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를 신설하는 등 환자 치료 체계를 재정비했지만 2·3차 대유행에서는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폭발하며 병상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3차 대유행 이후에는 확진자가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건이 9건 이상 발생하면서 정부는 민간 병원에 행정명령을 동원해 중환자 병상을 대거 늘렸다.

비대면 진료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사태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도서·산간 지역과 같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병원 방문을 꺼리는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가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원격진료 등 그동안 울부짖었지만 잘 이행되지 않았던 것들이 의료계에도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써 확보한 백신이 정쟁의 도구가 돼 폐기되는 일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한편 접종을 회피하지 않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시 전달하는 소통 시스템을 만들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이들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접종의 필요성과 예방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 효과에 대해 소통할 것”이라면서도 “접종으로 인한 인센티브나 불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기 교수는 “접종을 피하는 이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원하는 집단부터 접종을 해나가며 안전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종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단면역이 어렵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앞으로 수년간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 수준으로 정착하는 데만 4~5년이 걸린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 상황이다. 방역·의료 시스템이 향후 1개월, 1년만 바라볼 게 아니라 수년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10월 호남권역 감염병전문병원 착공에 들어가 2023년 개원할 예정이다. 또 2025년까지 400개 병상 규모의 지방 의료원을 20개 확충하고 병상을 5,200여 개 늘리는 전략도 발표했다. 하지만 설립된 병원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공연한 재원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 전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 병원을 만들어도 실력 있는 의료인들이 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면서 “무조건 병원을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서지혜·이주원·김성태·우영탁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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