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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아니면 종전?'...靑·檢 관계 재정립, 文 최대 과제로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퇴로

청와대·검찰 관계 재설정 계기 마련

중수청·차기 총장 인선 등 변수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윤 총장 없는 검찰’과 청와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차질 없이, 그러나 무리하지 않게 추진하면서 검찰을 진정시켜야 방역, 경제 회복 등 민생 현안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차기 검찰총장을 어떤 인물로 앉히는지에 따라서도 청와대와 검찰 간의 ‘긴장 관계’가 펼쳐질지 아니면 ‘화해 무드’가 조성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3시 15분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데 이어 전날(5일) 오전 11시 20분경 윤 총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윤 총장이 4일 오후 2시께 언론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사표를 정식 수리하며 행정적 절차까지 마무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속전속결’ 의사결정에는 검찰과 청와대·여권의 대립 구도를 길게 끌고 가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당초 5일로 예정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후임 발표도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힌 4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배제된 뒤 사의를 표하고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끝내 교체하면서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희망사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몇 가지 산이 있다. 먼저 윤 총장 사퇴 결정의 ‘촉매제’가 된 중수청 신설 논의다. 여권의 중수청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경우 검찰 내 조직적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윤 총장의 항명성 사표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 중수청 추진 동력은 힘을 잃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 5일 중수청 신설 법안을 올 상반기 내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수청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인위적으로 속도조절을 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작업들을 척척 진행하고 있다”면서 “(3월 중 발의, 6월 중 처리는)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수청 설치를 서두르면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 “중수청 논의를 중단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섣불리 중수청 신설을 추진하다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층이 집결하는 자책골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 감안한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의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일 “중수청 관련 법안은 아직 시한을 정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고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에서도 국민 공감을 얻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도 했기 때문에 우리 검사들이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수청 설치 가능성에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달랬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검은 이날부터 조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인선도 검찰과 청와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변곡점’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3명 이상의 후보자로 압축된 후 법무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최종 후보자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윤 총장의 후임에 친정부 인사가 앉게 된다면 대통령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읽히며 ‘검란(檢亂)’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있다. 중립 인물로는 한때 ‘추미애 라인’으로 평가 받았지만 지난 해 ‘추윤 갈등’ 정국에서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거론된다. 조 차장검사는 현재 윤 총장이 떠난 자리를 대행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검찰 안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인물을 발탁하는 인사 탕평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안정화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임 총장 인선은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와 직결되는 문제기도 하다. 차기 총장에 어떤 인물이 발탁되는지에 따라 정부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속도가 결정되고 이는 곧 ‘검찰의 자존심을 지키느냐, 짓밟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대검은 이날부터 조남권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조 차장검사의 직무대행체제는 이번이 세 번째다./연합뉴스


실제로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 사퇴 이후로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가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살려 달라”고 읍소하는 풍자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월성 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등의 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에서 공소를 취하하면 검찰을 용서해 주겠느냐”며 “이제 검찰은 청와대나 국회, 고관대작님들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건은 감히 기록도 쳐다보지 않겠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이유로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법무부가 다음 주 초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오는 8일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다. 윤 총장의 사퇴 직후 이뤄지는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포함한 검찰 조직 재정비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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