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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노조 설립 투표는 왜 시작됐을까

무노조 경영 원칙 흔든 노조 설립 투표

짧은 휴식시간·코로나 무대응 등 불만

중간 결과 노조 반대가 찬성보다 2배 ↑

아마존 지역경제 기여·노조비 부담 탓

아마존 창고./AFP연합뉴스.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최초의 노동조합이 생길까. 노동조합 결성 여부를 두고 앨라배마주 물류창고 직원들이 진행한 투표 결과에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 노조의 설립 여부를 떠나 이번 투표 자체가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날 앨라배마주 베세머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개표를 시작했다. 지난 2~3월 진행된 투표에는 유권자 약 5,800명 중 3,215명이 참가해 투표율은 55.4%로 집계됐다. 중간 개표 결과에 따르면 노조 설립 찬성 463표, 반대 1,100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개표가 더 남아있어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 6월 아마존 노조 설립을 최초로 추진한 직원 데릴 리처드슨은 문제는 ‘돈’이 아니라 ‘노동 환경’이라고 강조한다. 지난달 27일 미 경제지 타임에 따르면 물류센터 직원들은 10시간 근무 동안 30분씩 두 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직원들은 화장실 한 번만 갔다 오면 30분이 지난다고 말한다. 물류창고가 매우 커 화장실을 가는 데만 1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그 횟수가 기록되고, 횟수가 많으면 일정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보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남성이 ‘아마존 노동자들을 지지한다’고 쓰인 팻말을 들고 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아마존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창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도 별다른 방역 조치 없이 계속 일하게 하고, 마스크나 손 세정제도 갖춰놓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 3월부터 근로자들에게 ‘감염 위험수당’ 명목으로 제공한 2달러(약 2,200원)마저도 지난해 6월 지급을 중단했다. 아마존은 뒤늦게 자사 내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공개했는데 지난해 9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마존 노동자 수는 2만 명에 달한다면서도 이는 미국 평균보다 낮은 감염률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에 불만을 제기한 노동자들을 해고한 아마존의 조처도 노동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3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5년간 일한 직원 크리스 스몰스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창고 앞에서 시위한 후 해고됐다. 아마존 측은 그가 방역 지침을 어겨 해고했다고 밝혔지만 ‘직원 입막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근 아마존을 공개 비판한 직원 두 명이 불법 해고를 당했다는 연방기관의 의견도 나왔다. 지난 5일 미 노동관계위원회는 아마존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여성 두 명이 회사에 기후 위기 대응과 창고 직원 처우 개선을 요구한 후 해고된 사건을 두고 “직원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평가하며 그들이 불법 해고됐다고 인정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아마존 측은 코로나19 이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일단 아마존은 창고 직원들에 연방 최저시급보다 두 배 높은 시급 15달러를 준다. 지난해 6월에는 정규직 노동자, 배달 서비스 파트너들에게 각각 500달러(약 56만 원)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250달러씩 등 제공하며 총 5억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지난해 말 쇼핑 시즌에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상근직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에게 각각 300달러와 150달러를 보너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는 논란이 커지자 공식 사과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프로풋불리그 소속 선수들부터 배우 티나 페이, 바이든 대통령까지 미국 주요 인사들이 아마존의 노조 설립을 지지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어쨌든 아마존이 지역 경제에 기여한 것은 맞는다고 인정하며 아마존과 굳이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앨래배마주의 가계 소득은 2018년 기준 평균 4만 9,861달러로 미국 전국(6만 1,937달러)보다 크게 낮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여섯 번째로 가난한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 최저시급보다 높은 시급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한다는 의견의 직원들도 있다. 또 노조 설립을 추진한 리처드슨은 일부 직원들이 노조비를 내는 것을 가장 우려하며 노조 설립을 꺼리는 것 같다고 공영라디오 NPR에 밝혔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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