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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세금으로 때려잡겠다던 부동산 대책, 대선까지 갈 수 있나

서울시장 선거로 나타난 성난 민심에도

홍남기 “흔들림 없이 큰 틀 유지하겠다”

공시가 폭등에 고지서발 여론 악화 불 보듯

종부세 기준 9억 상향, 1주택자 세율 인하

재산세 부담 완화 등 유턴 가능성 높아져

여당, 정치효과 높이려 대선 직전 추진 전망

뒷북경제




4·7 재보궐 선거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한 결과로 끝나며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확인해줬습니다. 1주택자를 포함해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징벌적 과세에 아우성을 쏟아냈습니다. 공급을 외면한 채 강력한 대출규제까지 더한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집값을 밀어 올렸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젊은 층은 과연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불안감을 토로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와 세종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공시가격 폭등에 대한 역대급 이의신청이 쏟아진 상황에서 오는 11월 종합부동산세 폭탄 고지서를 받아 들면 부동산 증세에 따른 여론 악화가 불 보듯 뻔합니다. 그 동안 선거를 앞두고 말로만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뱉었던 여당도 내년 대선 전에는 정책 유턴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에도 정부는 아직 현재의 정책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투기수요 억제,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거래 근절 등 부동산정책의 큰 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오 시장을 겨냥해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방자치단체·기초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홍 부총리는 9일에는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오는 6월 1일 시행 예정인 ‘임대차 신고제’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에 이어 임대차 신고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세금으로 투기 수요를 누르겠다는 정책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게까지 급격한 세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마당에 지금의 기조가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정책 변화가 없다면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는 매년 대폭 오르게 됩니다. 올해부터 종부세율은 1주택자와 2주택 이하의 경우 0.5~2.7%에서 0.6~3.0%로 높아졌고, 조정대상지역 및 3주택 이상은 0.6~3.2%에서 1.2~6.0%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역시 평균 19% 뛰었고, 지역마다 70% 이상 급등한 곳이 속출했습니다. 공시가에 곱해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90%에서 95%로 상향된 데 이어 내년에는 100%가 됩니다. 집값이 떨어져도 앞으로 세금이 더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으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은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선이자 고가주택 기준인 공시가 9억원(다주택자 6억원)이 꼽힙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에 이를만큼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2009년 이후 12년째 같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12억~15억원으로 상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최근 1가구1주택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누누이 강조한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1주택자 종부세율을 탄력적으로 인하하는 카드도 거론됩니다. 1주택자에 대한 공제를 확대하는 방법도 있으나 올해 최대 공제 한도를 70%에서 80%로 높였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 정권의 지지층을 의식해 다주택자 세율까지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공시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부담 완화도 검토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장바구니세’로도 불리는 재산세는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될 전망입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 등을 3년간 감면해줬으나 내년에 감면 기준을 9억원까지 조정하는 안이 유력합니다.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재산세 감면이 실현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9일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이와 함께 오는 6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에 따라 최고 65%에서 75%로 강화되는 데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떠오를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매물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긴 하나 현 정권이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떨치고 정책 후퇴로 비쳐지는 것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미 1가구1주택자 등 실수요자 종부세 부담을 낮추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이 수차례 거론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도부의 강력한 반대로 실제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2월 국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1세대 1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에 공감대를 이뤘으나 기재부가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조세 정책의 안정성 측면을 고려할 때 올해는 예정대로 세금이 부과될 것입니다. 여당 지도부가 교체된 뒤 하반기 이후에야 다시 부동산 세금 논쟁이 공론화가 될 공산이 큽니다. 정치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당청이 추진시기를 연말 또는 내년 3월 대선 직전으로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선주자들이 부각되고, 본격적으로 레이스가 가동되면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텐데요. 이념과 선거가 지배해버리니 조세제도가 오락가락합니다. 시장을 이기려는 대책이 아닌, 시장과 통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이번에는 기대해도 될까요.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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