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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복'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건

영화 '서복' 스틸컷 / 사진=CJ ENM 제공




영화 ‘서복’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 복제인간 이야기, 톱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 흥미 요소가 충분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진부한 것 투성이다. 모든 전개가 예상되고, 인물들의 설정은 단편적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유연하게 풀어내기 위해 과감하게 SF 장르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주제의 무거움에 갇혀 자유롭지 못했다.

‘서복’은 뇌종양 교모세포종으로 살날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 기헌(공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직 정보국 요원인 그에게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임무가 주어진다. 조건은 만병치료 실험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 기헌은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서복은 기헌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다. 평생을 실험실 안에서 실험체로만 산 서복은 죽지 않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 서복이라는 이름부터 불로장생을 꿈꿨던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신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 서복은 어차피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영원이라는 시간에 갇힌 서복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는 서복의 한 마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삶과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양극단의 스타일인 두 사람은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동행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삐걱대는 것을 몇 번, 속내를 터놓은 뒤 서로를 보듬어 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줄곧 “민기헌씨”라고 호칭하던 서복이 어느 순간 “형”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의 관계는 재설정된다. 로드무비인 ‘서복’에서 드라마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예상가는 전개다.

서복을 노리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구로 인해 앞뒤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국가 안보를 빌미로 서복의 존재를 영원히 은폐하려는 국정원 안부장(조우진), 서복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서인그룹 회장(김재건) 등이 그렇다. 쫓고 쫓기는 스토리에 꼭 있는 뻔한 인물 설정이다. 목적이 너무 뚜렷해서인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가 없다. 단지 서복의 장애물로만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서복' 스틸컷 / 사진=CJ ENM 제공




‘서복’은 ‘불신지옥’,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다. ‘두려움’이라는 키워드에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 감독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관객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생에 대한 욕심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이 감독의 메시지는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라는 임세은(장영남)의 대사로 함축된다.

메시지 전달력은 있으나 흥미 요소를 실질적인 재미로 이끌어내진 못했다. 무한한 뇌파로 총알을 휘게 하고 염력을 사용하는 서복의 특수한 능력이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 감독이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지점이다. 아울러 모든 흐름이 단조롭게 흘러가다가 말미에서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폭발한다. 갑자기 많은 것들이 몰려오는 느낌이라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다. 16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CG는 엔딩에 집약돼 튀는 느낌이다.

영화 '서복' 스틸컷 / 사진=CJ ENM 제공


공유, 박보검의 조합만큼은 신선하다. 정반대의 이미지의 두 배우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니 팬들에게는 반가운 투 샷일 수밖에 없다. 공유는 피폐하고 수척해진 기헌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날카롭게 돋아있는 심리를 묘사했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널뛰는 감정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그와 정반대로 박보검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절제된 감정 연기를 했다. 대사도 많지 않고 눈빛과 표정으로 많은 것을 표현했다. 극 말미에서 감정이 폭발하면서 매섭게 바뀌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서복’은 극장과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이라는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한 ‘서복’은 고심 끝에 투자배급사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TIVING)에 동시 개봉하는 것을 선택했다.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가 넷플릭스로 옮겨가는 사례는 있었지만, 동시 개봉은 이례적이라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극장과 티빙 동시 개봉.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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