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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못 찾고 학력 격차만 커졌다"…자유학기제 실효성 논란

[종로학원, 경험자 2,802명 설문]

응답자 82% "적성 탐색 도움 안돼"

28%가 "성적 저하시켰다" 답변

상위권은 선행학습·특목고 준비

중하위권 학업 손놔 격차 더 벌어져

부정평가에도 교육당국은 확대 실시





정부가 진로 탐색을 돕겠다며 자유학기제를 도입했지만 자유학기 경험자들은 적성을 못 찾고 학업 공백으로 성적 저하까지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육 당국이 자유학기제를 확대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서울경제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자유학기제 경험자 2,802명(고1 135명, 고2 81명, 고3 129명, 재수생 2,457명)을 상대로 지난달 26·27일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81.7%가 ‘자유학기제가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유학기제를 후배들에게 추천하느냐’는 질문에 과반인 55%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학기 동안 사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가 82.2%, ‘자유학기 동안 선행 학습을 했다’는 응답자는 67.6%에 달해 자유학기가 사교육 시간으로 변질된 모습도 나타났다.

자유학기제가 성적(기초학력)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27.6%가 ‘성적을 저하시켰다’고 밝혔다. 학년별로 고1과 고2가 각각 44.4%, 고3과 재수생은 각각 25.6%, 26.3%로 집계돼 자유학기제를 최근에 경험한 학생일수록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기관 진학사에 의뢰해 고3 42명을 대상으로 설문(4월 23~26일 실시)한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 97.6%가 ‘자유학기가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유학기가 유익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69%에 달했다. ‘자유학기제로 성적이 저하됐다’는 응답은 57.1%였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때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고 170시간 이상 진로 탐색 시간을 갖는 제도다. 지난 2013학년도 2학기에 시범 운영을 거친 뒤 2016학년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됐다. 2018년 자유학기를 두 학기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자유학년제(221시간)도 도입됐다. 대부분 학교가 중1 때 자유학기, 자유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은혜(앞줄 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019년 8월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참가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교사 부족, 예산 문제로 학생들은 학교가 제시하는 선택지 중에 한 가지를 고르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설문 참여자 중 일부는 자유학기제 주제 선정을 어떻게 했는지 묻는 질문에 “학교에서 몇 가지 선택지 중에 고르게 했다”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 따랐다”고 답했다.

자유학기를 경험한 학생들은 학업 공백도 느끼고 있다. 학교가 자유학기 활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업 시간을 단축하면서 학생들의 교과 학습 시간은 평상시보다 주당 8시간가량 줄어든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갓 중학생이 된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을 확인할 평가도 치르지 못한 채 자유학기를 경험하다가 2학년 때부터 고입 부담에 시달린다. 중1 때 학업을 멀리한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에도 대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19로 중학생 학력 격차가 심해졌다는 보고서들이 잇따랐지만 교육계는 학력 격차의 근본 원인은 자유학기제라고 보고 있다. 자유학기 동안 상위권은 학교 평가 부담 없이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 준비에 매달리는 반면 중하위권은 학업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교육부가 실시한 학원 점검에서 자유학기제를 이용해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한 마케팅·선행학습 유발 광고가 341건 적발되는 등 자유학기제가 마케팅에 악용되는 폐해도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유학기제가 중위권과 상위권 간 학력 격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교육과정이 대학 입시 위주로 설계된 이상 자유학기제가 제 기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중2~3 대상 ‘미니 자유학기’ 제도 운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교육청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교육 당국은 오히려 자유학년제로 확대 실시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세종과 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자유학년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다. 전국 3,260교 중 91%인 2,968교가 자유학년제를 운영 중이다. 서울과 경기는 중2·3 대상으로 각각 ‘미니’ 자유학기제와 연계 자유학기제까지 운영한다.

문제는 교육 당국이 자유학기제를 확대 실시하면서 예산은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특별교부금으로 각 학교에 자유학기 지원금을 평균 2,000만 원씩 지급하다가 올해부터는 예산 문제로 지원을 중단했다. 앞으로는 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마련해야 하지만 재정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삭감됐다. 서울의 경우 각 학교에 지급되는 평균 지원금이 3,000만 원에 달했다가 올해는 2,100만 원으로 줄었다. 예산이 감소하면 외부 강사 인건비도 줄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 취지를 살리려면 운영 방식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이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도 무리하게 자유학기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반대가 심해지자 세종은 올해부터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전환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학부모 대상 사전 수요 조사에서 코로나로 자유학년제 운영이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면 활동 어려움, 기초학력 저하 우려 등을 고려해 올해부터는 중1 때 자유학기를 하고 중3 때 진로집중학기를 운영하도록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하려면 차라리 중3 때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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