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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물가상승 일시적" 애써 일축…기저효과 사라지는 7~8월이 중대기로

[연준도 놀란 美 물가-美 CPI 급등에 흔들린 시장]

나스닥 등 美증시 3대 지수 하락

물가상승 특정분야 한정 강조했지만

부양책에 '기대 인플레' 압력 가중

완화적 통화정책 고수하는 연준

물가보다 고용에 무게중심 실어

시장선 "핵심 놓쳤을수도" 비판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폭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민이 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2% 급등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12일(현지 시간), 리처드 클래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놀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의 폭과 속도가 연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월가도 분주했다. 당초 3.6% 상승을 점쳤던 시장 관계자들도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물가 지표를 받아들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월가의 일차적인 반응은 예상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보면서도 대체적으로 이것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이다. 캐서린 키팅 BNY 멜론 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번 수치는 경제를 재개하면서 나온 (일회적)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수치 급등은 경제 재개 분야와 연관돼 있다. 상승 폭이 큰 항목을 보면 스포츠 경기(10.1%)를 비롯해 비행기표(10.2%), 호텔방(8.8%)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고차(10%)와 컴퓨터(5.1%)도 많이 올랐는데 이들 분야는 반도체 같은 공급 문제에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로젠버그리서치의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이들 항목은 미국 전체 경제의 7% 수준이다. 나머지 93%는 가격이 0.3% 오르면서 기대에 부합했다”며 인플레이션이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생각도 비슷하다. ‘물가 상승폭에 놀랐다’는 클래리다 부의장은 “지금은 고용 시장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며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추세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통화 당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수록 시장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이사는 “연준이 핵심을 놓쳤을 수 있으며 이들이 이를 따라잡으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오전 연 1.65% 수준이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1.7%를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67% 급락하는 등 미 3대 지수가 모두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날인 13일 열린 아시아 증시도 일본이 2% 이상 빠진 것을 비롯해 한국·중국·대만 증시가 모두 1% 안팎 하락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글로벌 자본시장에 먹구름을 몰고 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정책 당국이 주식 등 자산에 거품이 잔뜩 끼어 급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은 마당에 물가 상승에 따른 긴축과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커진 까닭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주식시장의 파멸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긍정적인 그림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7~8월이 중대 기로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코로나19에 셧다운(폐쇄)을 하면서 지난해 3~4월 주요 품목의 물가가 하락했다. 여름 들어 상황이 개선되면서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물가 상승 추세에서 기저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시점이 7~8월이라는 것이다. CNBC는 “7~8월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지가 핵심”이라며 “공급망과 생산 차질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가 현재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분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5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가 반영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2.8%”라며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이미 경제주체들이 물가 상승을 예측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책을 꺼낸 상태라 가계와 기업들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각각 임금 인상과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3.4%로 연준의 목표치인 평균 2%를 크게 넘어선다. 손성원 SS이코노믹스 대표 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기대”라며 “지금까지 몇 조 달러 수준의 경기 부양책에 또 몇 조 달러의 정부 지출이 올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점쳤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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