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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로 음악으로…아침이슬을 오마주하다

김민기 작곡 50년…아티스트 헌정 잇따라

70년대 이후 대중 목소리 상징

악보·그림·메모 등 '50년展' 열려

가수 정태춘, 붓글씨 가사로 헌사

헌정앨범도 매주 4~5곡 순차 공개

한국 대중음악과 뮤지컬의 거목 김민기. /사진 제공=학전




대한민국 거리에서 역대 가장 많이 불린 곡을 이야기할 때 무조건 첫손에 꼽는 곡이 ‘아침이슬’이다. ’70·’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위에서, 2000년대 이후 거리 응원, 촛불 집회 등에서 숱하게 울려 퍼진 곡이다. 그만큼 ‘아침이슬’이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곡을 만든 김민기 역시 문화계의 거목이다. 1세대 음악 평론가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김민기를 가리켜 “유니크한 천재”라며 “그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에 전혀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아침이슬’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을 맞은 올해, 이 노래와 김민기에 대한 헌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선후배 예술가들은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오마주한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고, 전 세대와 장르를 망라한 뮤지션들은 그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헌정 앨범을 제작했다.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전’ 전시회장의 모습. 김민기의 얼굴을 본뜬 두상과 ‘아침이슬’ 울려퍼지던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형상화한 작품이 놓여 있다. /박준호기자


선후배 예술가들, 김민기를 오마주하다=지난 10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김민기의 예술과 정신에 영향 받은 예술가들의 오마주 전시회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를 준비한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서정성과 행동성, 사회적 실천을 한 몸에 안고 삶으로 예술을 증거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전시의 취지를 설명한다.

전시회는 그의 작품을 오마주한 후배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손바닥 위에 볍씨가 흩뿌려진 모양새의 종이부조 ‘대지의 꿈-벼’는 김민기의 노래극 ‘개똥이’에서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을 표현한 가사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그의 대표 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90년대 지하철의 모습을 그린 2011년작 ‘지하철1호선의 기억’도 2021년 버전으로 수정해서 나왔다.

‘김민기, 아침이슬 50년전’ 전시회장의 모습. /박준호 기자


그와 동시대에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김민기의 서울대 미대 동문인 임옥상 화백은 70년대에 만든 작품을 통해 같은 시간을 살아온 김민기에 대한 공감을 표현했다. 그를 가장 존경한다는 가수 정태춘은 ‘아침이슬’ 가사 일부를 붓글씨로 쓴 작품에서 ‘그이의 노래를 누워서 들어 본 적이 없다’는 헌사를 추가했다. 서예가 홍순관이 그린 물고기 두 마리는 ‘작은 연못’의 가사와 노래에 등장하는 바로 그 물고기다. 김민기의 내밀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그림과 직접 그려 넣은 악보, 메모와 편지, 연극 연출 노트 등의 자료도 전시돼 있다.

대중음악 명반이 된 앨범, 50년 만에 다시 태어나다=김민기가 가수로 활동한 기간은 불과 2, 3년 남짓이다. ‘아침이슬’과 ‘친구’ 등이 실린 데뷔 앨범 ‘김민기’가 그의 유일한 정규 앨범이다. 하지만 그 음악성과 서정성과 메시지 등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앨범은 지금까지도 역대 대중음악 명반 순위를 꼽을 때면 최상위권에 자리하곤 한다.



김민기의 유일한 정규앨범의 커버들. 여러 번 재발매하면서 색상이 계속 달라졌다. /박준호기자


새로 출시되는 앨범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는 그런 김민기의 음악에 대한 헌정 앨범이다. 김민기가 만든 곡 중 총 18개를 선별하고 그의 동료·후배들이 녹음에 참여해 두 장의 음반에 담는다. 음원은 지난 6일부터 매주 4~5곡씩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데, 다양한 참여진이 눈에 띈다. 그와 동시대에 활동한 정태춘이 ‘강변에서’를, 헌정 작업을 주도한 박학기와 한영애는 각각 ‘친구’와 ‘봉우리’를 부른다. 김민기가 만든 학전소극장에서 젊은 시절 공연했던 윤도현과 나윤선은 각각 ‘새벽길’, ‘가을편지’를 가창했다.

김민기 1집에 쓰인 사진과 LP판을 합성한 임채욱의 ‘김민기 LP50’ /사진 제공=경기문화재단


학전의 뮤지컬 무대에 참여한 배우를 대표해 앨범 작업에 참여한 황정민은 ‘이 세상 어딘가에’를 선보인다. 젊은 가수들 중에서는 메이트리가 ‘철망 앞에서’를, 이날치는 ‘교대’, 레드벨벳 웬디는 ‘그 사이’를 부른다. 참여 가수 모두가 함께 부른 ‘아침이슬’도 나온다. 조동익, 윤일상, 박인영 등 편곡에 참여한 이들도 쟁쟁하다.

김 교수는 김민기의 음악에 대해 “음악이 갖고 있는 세계, 우리말을 가장 우리말 답게 포착하는 능력, 현실을 가장 깊이 있게 사유하고 음악으로 표현한 집요한 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아침이슬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음악은 50년 현대사의 격랑 속에 끊임 없이 새롭게 불려졌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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