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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조선임금 별궁·대통령의 별장·시민들의 정원…한적한 여유, 끌리는 이유

[코로나 잊을 망중한 휴가지 '청주']

◆초정행궁

안질로 고생하던 세종대왕 찾아

세계 3대 광천 '초정약수'로 치료

121일 머물며 한글 창제 마무리

◆청남대

5명의 前 대통령이 즐겨찾던 별장

회의실·침실 등 비품 그대로 전시

주변 산책로엔 계절별 식물이 반겨

◆미동산 수목원

'65만본 식물' 중부권 최대 수목원

완만한 길 오르면 해오름전망대가

팬데믹 일상 속 힐링 만끽 가능해

초정행궁 뒤편 구녀산 자락에 안개가 내려앉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초청행궁터에 세종이 머물던 편전·침전 등을 복원했다.




조선시대 왕들에게도 휴가는 있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 국정을 구상하며 망중한을 즐긴 이 시간은 먹고 놀고 즐기는 오늘날의 ‘휴가’의 의미보다는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휴양·휴식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올여름 막바지 여행지로 조선의 왕과 현대의 대통령들이 쉬어가던 휴양지 청주를 다녀왔다.

행궁(行宮)은 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별궁이다. 조선의 왕들은 한양의 본궁 외에도 여러 지역에 행궁을 세우고 휴양이나 지방 순행 시 임시 거처로 썼다. 옛 청원 지역이던 청주 내수읍 초정리는 570여 년 전 세종이 머물렀던 대표적인 왕의 휴양지다. 세종은 1443년 이곳에 행궁을 짓도록 명하고 이듬해 휴양지로 삼았다. 이때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하던 시기다.

세종이 초정행궁을 두 차례나 찾은 이유는 안질, 즉 눈병 때문이었다. 온천이 눈병 치료에 좋다는 말에 온양과 이천을 찾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던 차에 ‘청주에 산초처럼 톡 쏘는 우물이 있는데 여러 가지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초봄과 늦여름 두 차례에 걸쳐 총 121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당시 세종은 어린 세조까지 동원하고 길을 나서 5일 만에 청주 초정리에 도착했다.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은 초정약수로 세종은 눈병을, 세조는 피부병을 고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이 업무를 보던 편전. 세종은 이곳에서 121일간 머물며 심신을 돌보고 훈민정흠을 반포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했다.


세종이 한양으로 돌아간 지 4년 만인 1448년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 초정행궁을 지난해 청주시가 165억 원을 들여 복원했다. 처음 행궁이 지어질 때는 초가 형태였지만 2년마다 볏짚으로 된 초가지붕을 교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한옥을 택했다고 한다. 행궁터에는 세종이 업무를 보던 편전과 잠을 자고 생활을 하던 침전, 세자의 생활공간인 왕자방, 임금의 식사를 준비하던 수라간 등이 들어섰고 원탕에는 행각이 세워졌다.

초정원탕은 세종이 안질을 치료하기 위해 약수를 이용하던 우물이다. 당시 상·중·하탕 3곳이 있었지만 현재 유일하게 이곳만 남았다고 전해진다.


초정약수는 차가운 온천이다. 톡 쏘는 탄산 농도가 강해 살균 및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세계 3대 광천이다. 세종이 눈병을 치료하던 초정원탕은 매년 5월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통해 일반에 개방해 오다가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초정행궁 내 한옥 체험 시설에서 하룻밤 묵어가면 원탕에서 나오는 물을 마음껏 이용하고 그 물로 지은 임금님 수라상도 받아볼 수 있다. 숙소에서 쓰는 모든 물은 원탕 약수다.

초정약수는 톡 쏘는 맛이 강한 탄산수다. 초정리 어디를 가든 무료로 약수를 맛볼 수 있다.


초정약수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일대 모든 주민들은 아직도 초정약수를 식수로 사용하는데 원탕 주변 상점 어디에서나 초정약수를 마셔보고 물통에 떠갈 수 있도록 무료 개방하고 있다. 약수로 음식을 차려내는 식당이나 온천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관람객이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계단을 오르고 있다. 대통령기념관은 청와대를 축소해 만들었고 실내에서 대통령 연설 등의 체험과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


관광객들이 청남대 정문을 나서고 있다. 정문은 청와대의 상징인 봉황으로 장식돼 있다.


현대에 와서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전용 별장 중 한 곳인 청남대가 청주에 마련됐다. 대통령 공식 별장은 청주 청남대와 경남 거제시 저도 청해대 두 곳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던 곳은 청남대다.

청남대는 1983년 6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의면 신대리 대청호 인근에 본관·골프장·헬기장·양어장·정자 등의 시설을 갖춘 별장으로 설립돼 그해 12월 완공됐다. 총면적 182만 5,000㎡로 왕의 별장 격인 행궁의 수천 배에 달하는 규모다. 청남대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5명의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소유권을 충청북도에 넘기면서 관광지로 일반에 개방됐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산과 호수 같은 자연뿐 아니라 골프장에 수상레저 시설까지 갖춘 최고의 휴양지로 역대 대통령들이 총 89회 청남대를 찾아 472일을 보냈다고 한다.

청남대 정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만나는 돌탑. 청남대 개방을 기념한 탑으로 문의면 주민 수와 같은 5,800개 돌로 쌓고 32개 마을 이름을 새겼다.


청남대 잔디밭에 세워진 봉황 조형물. 잔디밭은 원래 헬기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대통령기념관 곳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활동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역사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금단의 영역이던 대통령 별장까지는 대청호를 낀 전용 도로를 타고 간다. 호반도로를 따라 백합나무 400여 그루가 길게 늘어선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문을 통과해 헬기장을 지나면 휴가 때 대통령이 가족들과 머물던 본관이 방문객을 맞는다. 넓은 잔디밭을 갖춘 2층 가옥 형태로 회의실·접견실·침실·서재 등을 갖추고 있다. 본관은 노무현 정부가 청남대를 충북에 이관하던 당시 비치돼 있던 비품들을 그대로 전시했고 벽에 걸린 시계와 달력도 2003년에 고정돼 있다.

양어장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청와대 본관 건물을 60%로 축소해 만든 대통령기념관이다. 실내는 대통령 체험장과 역대 대통령 기록화 20여 점으로 채워졌다. 체험장에서는 실제와 똑같이 만든 대통령 집무실과 대국민 연설 단상에서 방송 화면 속 장면을 그대로 연출하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은 청와대를 60% 크기로 축소해 지어졌다.


청남대 본관 1층 집무 공간에는 여러 대의 전화와 전화번호부가 놓여 있다. 본관 내부에 비치된 모든 비품들은 청남대를 충북에 이관하던 2003년도 당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본관 주변으로는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본관을 기준으로 우측으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좌측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산책로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김영삼 대통령 산책로(민주화의 길)’다. 산책을 좋아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해 조성된 이 길은 어울림마당에서 행운의 샘까지 1㎞(20분 거리)를 연결하고, 골프장 그늘집으로 쓰이던 공간은 산책 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쓰였다. 쉼터 테라스로 나가면 앞으로 대청호가 펼쳐진다.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청남대 관람객들이 연못 위 데크에서 분수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못은 양어장으로 쓰이다 겨울 스키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분수대는 김대중 정부 때 설치됐다.


청남대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동상도 둘러볼 수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10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지만 2017년 3월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은 볼 수 없다. 또 최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의 요구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초입 관리사업소 주변으로 이전하고 대통령 이름을 딴 산책길의 명칭도 각각 ‘오각정길’ ‘솔바람길’로 변경했다.

양어장 옆 메타세쿼이아숲은 관람객들이 잠시 쉬었다가는 쉼터다.


‘김영삼 대통령 산책로(민주화의 길)’를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대청호 옆 평지로 이어진 ‘민주화의 길’은 청남대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책로다.


청남대를 전부 돌아보려면 넉넉히 4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시설물이 몰려 있는 본관 주변만 돌기도 한다. 한적하게 트레킹을 하기에는 정문 매표소 바로 옆에서 출발해 1전망대와 ‘통일의길’, 출렁다리를 거쳐 ‘민주화의 길’로 돌아 나오는 2시간(4.9㎞)짜리 코스가 가장 좋다. 계절별로 피는 동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호젓한 산길로 걷는 내내 다른 사람과 마주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적하다.

미동산수목원 조형물이 입구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청주까지 왔다면 충북도립 미동산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미동산 일대 311만 4,000여 ㎡ 면적에 정이품송 후계목 등 873종, 65만 2,000본의 식물을 식재한 중부권 최대의 수목원이다. 수목원 내에는 천연기념수원·외국수종원·단풍나무원·양치식물원·난대식물원 등 10여 개의 전문 수목원을 비롯해 충북산림과학박물관·목재문화체험장·나비생태원·생태체험탐방로·무궁화통일동산 등이 있다.

미동산수목원을 찾은 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우중 산책을 즐기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짙어진 숲 내음을 맡으며 여유롭게 수목원을 산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수목원은 미동산 정상 해오름전망대까지 연결된 등산로 ‘해아람길’과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데크길 ‘열린마음나눔길(0.7㎞)’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볍게 걸으려면 열린마음나눔길을 따라 오르막 구간이 시작되는 수생식물원까지만 갔다가 임도를 따라 회귀하는 왕복 2시간짜리 코스가 좋다. 전 구간이 휠체어·유모차도 갈 수 있는 무장애길이라 온 가족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 입장료는 올해까지 무료다. 예약자에 한해 숲 해설을 제공하고 목재, 자연 학습, 식물 세밀화 등 산림 문화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비 오는 날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벌개미취 등 야생화를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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