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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책 읽는 마을의 '열린 사랑방'…지역 플랫폼 역할 톡톡

<서울시 공동체주택마을 지원허브 '집집마당'>

▶ 가로에 면한 입체적·유연한 교류공간

저층 주거지에 잘 녹아든 철골구조

1층 녹색공간에 서가까지 '동네 쉼터'

▶ 공동체마을 지원 기능에 충실한 건물

노출 계단, 2층 여유로路와 수직 연결

독립 주거·공동 공간 마련해 관계 유지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겸재로에 위치한 '집집마당' 외관. 녹색 공간인 '모두의 마당' 오른쪽으로 2층 '여유로路'로 연결되는 계단이 보인다.




서울 중랑천에서 면목역 방향으로 겸재로를 걷다 보면 자그마한 녹색 공간 위로 공중보행로를 갖춘 3층짜리 흰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이름은 ‘집집마당’. 이 일대에 들어선 서울 최초의 ‘공동체주택 마을’은 물론 서울시의 공동체주택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공동체 주택이란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공동 관심사와 생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거 방식을 가진 공간을 뜻한다. 이곳 면목동 일대에는 ‘책’을 주제로 한 공동체 주택 7곳이 모여 처음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겸재로에 위치한 '집집마당' 외관. 녹색 공간인 '모두의 마당' 오른쪽으로 2층 '여유로路'로 연결되는 계단이 보인다.


집집마당은 대로변에 함께 위치한 다른 건물들 사이에서 튀지 않는다. 공동체주택 사업 지원 시설이라는 건물의 ‘기능’을 감안해 주변 환경에 잘 녹아들게끔 저층의 철골 구조로 지어졌다. 설계를 담당한 신성진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건축가는 “일방적인 지원 시설로서 ‘집집마당’을 넘어 입체적이며 유연한 공간을 통해 느슨하나 지속 가능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지역 공동체의 플랫폼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로에 면한 입체적·유연한 교류 공간=집집마당이 들어선 면목동 공동체주택 마을은 지난 2016년 면목동 겸재교 공사 후 방치됐던 1,625㎡ 시유지 자투리땅을 활용해 탄생했다. ‘책’을 주제로 책 읽는 집이라는 뜻의 도서당 7개 동이 들어섰다. 각 동마다 문화·예술, 요리·여행, 어린이, 청소년·정보기술(IT), 소설·에세이, 디자인, 인문학 등 테마가 있다. 주제에 맞는 전문가들이 입주해 쿠킹클래스, 인문학 강연, 마을 투어 등 다양한 재능기부 강연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펼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각 도서당 1층에는 건물별 테마에 맞는 상업 시설과 편의 시설도 있다.

집집마당은 이처럼 겸재로를 따라 다양한 문화 거점이 모인 마을의 가운데에 가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다. 건물 1층에는 ‘모두의 마당’이라 불리는 외부 녹색 공간과 안쪽으로 폴딩 유리로 된 ‘안녕 라운지’가 위치한다. 1,2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된 안녕 라운지는 공동체주택에 관심 있는 시민과 사업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시민들도 방문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서가, 사랑방의 기능도 한다. 안녕 라운지의 폴딩 유리를 펼치면 개방감이 극대화되며 모두의 마당과 연결된다. 플리마켓 등 각종 마을 행사가 가능한 공간이다.

'집집마당' 1층. 녹색 공간 '모두의 마당' 안쪽으로 공유형 서가 '안녕 라운지'가 보인다. 폴딩 유리를 활짝 열면 모두의 마당과 연결된다.


모두의 마당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 본다. 공중보행로인 ‘여유로路’가 나타난다. 여유가 드나드는 길이라는 뜻이다. 물리적으로는 집집마당이 위치한 겸재로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 서 있으면 아래로 지나가는 행인들과 자동차를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동네 주민을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담소도 나눌 법한 정겨움도 느껴진다. 2층 내부는 교육실이다. 교육 프로그램 및 인원수에 따라 공간을 나눠 각종 강의나 원데이 클래스, 주민 회의, 전시 공간, 놀이방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3층엔 집집마당 사무실이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마치 카페 같은 느낌이다. 사무실 안쪽에는 ‘집집안뜰’이라는 온실을 마련했다. 녹색 식물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직원들의 휴게 공간이 되기도 하고 내부 회의 및 외부 상담에도 활용된다. ‘지붕마당’으로 불리는 옥상에는 작은 텃밭과 휴게 공간이 있다. 텃밭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가꾸는 것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일단 집집마당 직원들이 관리하고 있다. 날씨 좋은 날 오후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도 가능한 공간이다.



집집마당은 지난달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서울시는 “작은 3층 건물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로 계획한 점이 돋보인다”며 “작은 대지에서 유효면적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철골조 건축물을 선택해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집집마당' 1층 '안녕 라운지' 내부. 1,2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공동체주택에 관심 있는 시민과 사업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공동체마을 지원 기능에 충실한 건물=집집마당은 올해 3월 준공된 면목동 일대 공동체주택들을 비롯해 서울시의 공동체주택 전반에 관심 있는 시민이나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및 교육을 진행한다. 홍보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 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서울시는 1인 가구 비중 확대로 주거비 상승, 육아, 노인 돌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개인 부담으로 전가되자 개인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이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주택’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주거 공간과 함께 사용하는 공동체 공간이 있고,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간 나눔과 공유로 사회·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이다.

'집집마당' 3층에 위치한 온실 '집집안뜰'. 회의실·상담실 겸 휴게 공간.


면목동 공동체주택들은 노출 콘크리트의 4~5층 건물 7채가 400m 가로길 중간중간에 들어선 형태다. 필지에 따라 모양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눈에 ‘도서당’ 건물인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앞 색색깔의 도로 표지판에는 건물명과 층별 안내가 적혀 있다. 도서당 이름 앞에는 건물마다 책의 테마가 붙었다.

도서당 주택 7채 가운데 2채는 셰어하우스이고 나머지는 다세대주택이다. 대부분 1~2인용이다. 공동체 공간으로는 마을 빨래방이 2곳 있고 4명이 앉을 수 있는 인문학 라운지, 루프톱과 연결된 마을 파티룸, 전신 거울과 방음방이 있는 마을 연습실, 유튜브 촬영을 할 수 있는 마을 창작소 등이 있다. 공간 활용 계획은 통합 운영 주체가 입주자들과 협의해 정한다.



도서당 입주 신청 자격은 만 20세 이상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다. 공동체주택 규약에 동의하고 도서당 테마별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구마다 연 2회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현재 입주자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예비 입주자 모집에서 약 60명이 입주 신청서를 내고 인터뷰했는데 성악가·작가·요리사 등 경력이 다양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지면서 대부분 입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난주 서울시 주택공급총괄팀 주무관은 “멈춤의 거리였던 면목동에서 공동체주택 마을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다른 지역에도 공동체의 힘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주택 마을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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