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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택 고려대 총장 "대학 혁신 물꼬 꽉 막혀...美·中처럼 규제 풀고 지원 늘려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정진택 총장 '기업가형 대학 업그레이드' 위한 제언]

미국은 규제혁신·중국은 재정지원

각 대학 혁신 시도할 수 있게 해야

교수진 기술기반 창업 활성화 위해

수업 부담 더는 융합연구원 신설

인문학 기반 창업 플랫폼 구축하고

메타버스·NFT 등 신기술 과목 개설

산학협력 교육 확대에도 힘쓸 것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와 정진택 고려대 총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이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기업가 정신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중국처럼 재정 지원을 크고 튼튼하게 하거나 미국처럼 규제를 없애 혁신적인 대학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기업가형 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차기 정부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대학 수입이 학생 등록금, 재단 전입금, 기부금, 연구개발(R&D) 수주 간접비, 기술 이전료로 구성돼 있는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물꼬를 틀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그의 희망이다.

그는 “대학이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사립대의 재정이 무척 어렵다”며 “그런데 정부는 안되는 것만 얘기하고 있어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세계에서 계속 밀리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이 위치에 맞게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이에 대해 이병헌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은 “현 정부 들어서도 대학의 재정 여건이 좋아지지는 않았다”며 “정부가 전향적인 정책을 많이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학 등 우리 사회에서 창업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많이 했다는 점은 알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벤처 지원 확대, 대학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지원,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요건 완화 등을 예로 들었다. 학생들의 창업을 응원하기 위해 주거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비서관은 “그럼에도 기업가형 대학으로 바꾸는 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라든지,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취득하는 간접비를 대학이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한다든지 개선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와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김소연 피씨엘 대표, 이병헌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 정진택 고려대 총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대표, 정석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이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고려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이 자리에서 정 총장은 4·19 혁명의 주역인 고대의 저항정신을 개척정신으로 승화시켜 기업가 정신과 창업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교수의 기술기반 창업을 늘리기 위해 수업 부담을 덜어주는 융합연구원을 만든데 이어 산학협력단과 대학기술지주에서 창업 지원을 늘리고 있다”며 “학생 등 교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 파이(π)빌리지99(컨테이너 박스), KU메이커스페이스(일반랩), X-GARAGE(전문랩), 개척마을 등의 창업 공간을 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5년 전 공대 학장을 할 때 뉴욕의 대학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이런 것들을 만들게 됐다”며 “창업 등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면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융합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만들고 플랫폼을 갖추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대가 평판이나 논문에 비중을 두는 QS(영국의 세계 대학평가기관) 평가에서 최근 국내 대학 중 1등을 차지했으나 결국 도전 정신·모험 정신이 살아 숨쉬는 기업가형 대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과학기술 쪽에서도) 전공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경제 분야를 융합해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해결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기업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을 잡아서 (인문계와 자연계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와 정진택 고려대 총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이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기업가 정신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2021.11.30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와 정진택 고려대 총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이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기업가 정신에 관해 대담하고 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앞서 정석 고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과 함께 창업 공간 곳곳을 둘러보니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를 융합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입주 시키거나,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게 하고, 창업 지원금과 투자금도 지원하는 식이다. 5개 스타트업을 창업해 이미 1개를 코스닥에 상장한 정 단장은 “전기차 시제품을 만드는 창업팀이라든지 매년 30~40개의 학생 창업팀이 나오고 있다”며 “내년 말쯤에는 시제품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뒤 만드는 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수와 학생 창업이 늘고 있는데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사, 크림슨창업지원단에서 체계적으로 코칭하는 것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고대를 오랜만에 왔는데 예전이랑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놀랐다”며 “고대가 인문·사회 분야가 원래 강했는데 지금은 (이공계와 의대가 중심이 된) 창업 분위기가 다른 대학들을 추월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창업은 인생 최고의 대학이라며 닥창(닥치고 창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그는 “창업하면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학교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장담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대학이 교육혁신과 함께 창업을 포함한 기술 사업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정 총장은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10% 정도밖에 안된다면 프로젝트 수업, 문제 해결 수업을 해야 하고 기업 인턴, 동아리, 봉사활동 등 다양하게 지원 하겠다”며 “대학이 기업과 지역사회와 함께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세계 흐름에 비춰 고대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재 고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함께 홍릉벤처밸리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대 주변에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캠퍼스타운 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재 정 총장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대학가에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고광본(왼쪽부터)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와 김소연 바이오 생명과학 피씨엘 대표,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대표, 정석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이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서 온·오프라인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은 정 총장에게 “다른 과의 흥미로운 과목을 듣고 싶은데 졸업과 연관 없는 수업이 많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등 새 세상에 맞는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 총장은 “고대는 모두가 두 개의 전공을 할 수 있다. 융합전공도 있다. 심지어 학교를 2년 더 다니면 커리큘럼을 학생이 설계하는 전공도 있다”며 “신기술 흐름에 부합하는 과목을 많이 만들고 산학협력 교육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권 회장은 “그동안 대학이 연구를 위한 연구를 많이 했었는데, 최근에는 실용화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추세이다. 창업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렇게 방향성을 잡으면 학생들도 같이 따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문을 위한 논문, 특허를 위한 특허라는 연구계의 고질병에서 벗어나고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면 자연스레 교육 혁신과 기업가 정신 고취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권 회장의 분석이다.

30일 '제1회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 콘서트' 고려대편에 참석한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들이 기업가 정신 대담을 경청하며 열심히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정석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장


권 회장은 “과거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할 때 공동 창업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용기가 없어 거절했다”며 “다행히 지도교수가 창업을 하시고 실용적인 연구를 하셔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권 회장은 실제 산학협력에 두드러진 공을 세우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회장 임기를 마치면 벤처·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의 혁신 랩을 방문했을 때 교수와 학생의 자유롭게 대화 문화를 전하며 우리 대학도 스승과 제자 간 높은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혁신을 하려면 파괴적 창조를 해야 한다”며 “다만 용광로처럼 한솥에 모아 놓는 게 아니라 이것 저것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교육·연구와 창업 등 기술 사업화에 대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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