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유해하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서는 이것이 과학적 증거 없는 모략이라고 반발하며 휴대폰 사용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런데 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휴대폰 전자파를 암유발 가능 등급으로 분류하면서 논란의 접점에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이기원 기자 jack@hmg p.co.kr
세상에 처음 휴대폰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신비함에 매료됐다. 엄청난 가격과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구입을 꿈꿨고 그 소유 여부로 재력을 판단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투박하고 촌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초창기에만 해도 나이트클럽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기만 해도 숱한 이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곧 이 문명의 이기는 논란에 휩싸였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학문적·과학적 증거를 들이대며 펼쳐진 양 진영의 지적인 논쟁은 10여년 이상 끝날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5월 31일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폰 전자파가 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神經膠腫) 발병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발표를 놓고 혹자는 이제 휴대폰을 써서는 안되지 않냐고 불안에 떨고, 혹자는 이것이 사실이면 세상은 이미 뇌종양 환자 천지가 됐을 거라며 시시비비가 한창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가. 휴대폰을 들고 있나? 아니면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나?
인터폰 프로젝트
전자파는 휴대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해 지구 안에서 당신이 전자파를 피할 곳은 없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파동으로 전파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장파, 중파, 단파, 초단파, 극초단파 등의 전파는 물론 햇빛에 섞여 있는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그리고 X-레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전자파에 해당된다.
'전자파 차폐 벙커를 만들어 그 안에서만 생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따위는 접어라. TV, 컴퓨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들 모두가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전자파를 방출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기기들이 전자파를 방출한다는 얘기지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전자파안전인증(EMF)을 받은 기기도 있을 것이고 전자파의 특성상 거리를 두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적다.
전자파의 왕자 격인 전자레인지도 2m 이상 거리를 두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거리만 확보하면' 문제없다. 눈치 챘는가? 우리는 지금 전자레인지나 TV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하루 종일 몸에 지니며 머리에 바짝 붙여놓고 떠들어대는 휴대폰을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파를 둘러싼 논란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전자기학의 기초가 되는 '맥스웰 방정식'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둬야 한다. 전자파를 둘러싼 쟁점은 이제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운 지가 아니라 얼마나 해로운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전자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우리 몸에 해를 입힌다. 하나는 우리 몸을 뜨겁게 하고 다른 하나는 세포의 대사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를 쉽게 열작용과 비열작용이라 한다.
뇌종양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될 수 있다. 열작용으로 체온이 높아져 뇌세포가 파괴되거나 일부 기능이 손상될 수 있으며 비열작용은 종양 세포 억제 능력을 가진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손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당신 뇌 세포도 미미하나마 온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몇몇 사람들은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IARC가 왜 이 시점에서 뜬금없이 이런 발표를 했는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IARC는 지금까지 휴대폰 전자파 문제에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13개국이 IARC의 도움으로 '인터폰 프로젝트', 즉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유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IARC는 연구 결과, 휴대폰이 뇌종양을 일으킨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에서 발암 위험이 약간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지만 다른 국가에서 실시된 모든 연구를 감안할 때 휴대폰과 뇌종양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이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스페인에서 프로젝트를 이끈 엘리자베스 카르디스 박사의 경우 "결과를 확정지으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특히 아동들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연구에서 아동들이 연구대상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 휴대폰을 사용하는 아동들이 거의 없었음을 감안하면 IARC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랬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그것은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한 뇌종양 환자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다. 덴마크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피실험자 106명 중 휴대폰 장시간 사용자는 고작 두 명 뿐이었다. 애초에 연구고 뭐고 할 실험군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바로 이 부분이 휴대폰 전자파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27명 VS 1 명
다행히(?) 지금은 휴대폰을 10년 이상 사용한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 난제는 남아있다. 뇌종양이 매우 희귀한 질환이며 진행 속도가 무척 더뎌 일부 환자들은 무려 40년이나 지나야 발병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IARC는 작년까지 휴대폰과 뇌종양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25만명을 대상으로 30년간의 추이를 추적하는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IARC가 휴대폰 전자파에 주홍글씨를 새긴 이유는 뭘까.
먼저 이번 결과는 실제 동물 실험이나 역학 조사가 아닌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모아 놓고 분석한 '메타스터디(Meta Study)'였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IARC는 이런 메타스터디 결과를 놓고 전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을 초빙,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 문제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14개국에서 총 28명의 학자들이 참석했으며 마치 법정의 배심원들처럼 각각 1장의 투표권을 행사했다. 결과는 27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휴대폰 전자파를 '보호감호' 조치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파학회(KIEES)의 전자장과 생태관계 연구위원장인 충북대 김남 교수가 유일하게 이 회의에 참가했다. 참고로 WHO 자료에는 31명이 표결에 임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김 교수에 의하면 이중 3명이 불참해 28명이 참석한 것이 맞다.
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느 정도 다 알려진 부분입니다. 과학적 원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이 없다는 게 문제였죠. 역학조사도, 동물실험이나 세포 실험 도 없습니다. 다만 1,650시간 이상 사용한 사람에게서 신경교종 발병률이 높게 나왔습니다."
신경교종은 전체뇌종양 환자 중 비율이 43.1%에 달하는, 뇌종양 중에서는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질병이다.
물론 IARC가 휴대폰 전자파를 암 유발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지금 당장 휴대폰을 내던질 필요는 없다. IARC는 암 유발과 관련 다양한 물질(결코 모든 물질이 아니다)을 4등급 5개 분류로 구분해 놓고 있는데 휴대폰 전자파는 이중 2B 등급에 들어갔다.
2B는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으며 인체 역학실험 자료는 부족한 물질들을 의미한다. 2B 그룹에 커피, 고사리, 심지어 김치와 같은 절인 야채도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호들갑을 떨만큼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섬뜩한 연구 결과
하지만 이번 조치에는 분명 중대한 의미가 하나있다. 지금껏 휴대폰 전자파는 IARC의 등급에서조차 빠져있었는데 이번에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등급에 포함시킨 것은 암을 유발한다는 확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전주의에 입각한 경고 차원"이 라며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2B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IARC의 조치가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휴대폰 전자파의 위해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강경파들이 그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스웨덴의 렌나르트 하르델 박사다. 외레브로 대학병원의 종양학 교수인 그는 1999년 영국 BBC의 기획프로그램 '파노라마'에 출연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종양 발병률이 2.5배나 높다"고 주장, 휴대폰 사용자들을 패닉에 몰아넣었다.
그는 또 계속된 연구를 통해 20세 이전에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경교종 발병 가능성이 5배 높으며 귀머거리가 될 수 있는 청신경종(Acoustic Neuroma) 역시 위험도가 높아진다고도 주장했다.
하르델 박사는 환경적 요인도 지적한다. 도시 외곽, 시골 등 휴대폰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는 신호를 잡기 위해 휴대폰이 더 강한 신호를 발생하기 때문에 뇌종양 발병율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3년 이상 휴대폰 사용자는 도시 거주자의 3배, 5년 이상 사용자는 5배 이상 발병률 상승이 나타난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주장이 스웨덴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휴대폰 보급 초기 절대 강자로 불렸던 에릭슨이 어느 나라 기업인지 떠올려보자. 스웨덴은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먼저 휴대폰이 보급된 곳이다.
당연히 강경파도, 온건파도 아닌 중간적 입장을 취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비엔나의대 환경보건연구소의 미카엘 쿤디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휴대폰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며 "담배처럼 확실한 발암 원인은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요소와 합쳐져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촉진자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파 구이
이번 발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쩌면 휴대폰 사용자가 아닌 휴대폰 제조사일 것이다.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사에 이번 발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중 한 기업에서 자사가 아닌 업계 전체의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 이런 취지의 말을 전했다.
"현재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인체의 전파 흡수율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적용, 업계 최저 수준의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설계 초기단계에서 전자파 흡수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이때 고려사항은 안테나 위치, 패턴, 면적, 폼 팩터(form factor), 그라운드 패턴(ground pattern) 등입니다. 이를 통해 안테나 위치를 휴대폰 하단에 배치한다거나 안테나 패턴은 가급적 인체에서 멀게 배치하는 식의 설계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기업의 연구원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전자파 유해성 여부는 이미 90년대부터 나온 이야기에요. 당시부터 논란이 있던 것을 이제 와서 암과 관련짓는 것은 뜻밖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휴대폰 말고도 세상에 돌아다니는 전자파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도 휴대폰이 암과 관련 있다고 하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전화통화 내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인간이 제아무리 완벽을 기해 기술력을 끌어올린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자들이 전자파가 얼마나 유해한지 끝없이 연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별게 아니다.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귀 기울일 만한 얘기가 있다. 인간의 머리에는 뇌세포에 더해 온갖 신경 세포들이 몰려있다. 휴대폰 전자파가 이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한림대학 교수를 지낸 김형철 신경내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한다.
"휴대폰 전자파 정도의 양으로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세포가 그렇듯이 정상적 세포보다 온도가 올라가면 단백질이 주성분인 세포는 변성을 일으키죠. 한마디로 고기가 익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2030년 헬게이트 열릴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뇌종양은 발병할 때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로 사용하 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사용기간이 30년을 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아동이나 청소년들 역시 그만큼 휴대폰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았다. 지나친 염세주의적 시각일지는 몰라도 두개골의 두께가 성인에 비해 훨씬 얇은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전자파가 더 위험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휴대폰 전자파 노출 30년이 넘어가는 시점, 다시 말해 대략 2030년 경에 이르러 어쩌면 우리는 마치 불치의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쓰러져 가는 인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WHO에서는 이번 IARC의 발표 말미에 사우스 캘리포니아대학 조나단 사메트 박사의 입을 빌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증거는 2B로 분류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휴대전화와 뇌종양 위험의 관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우리의 20년 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휴대폰을 손이나 머릿속에 칩으로 이식한 채 살아가는 SF 영화 속의 인류일까. 아니면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부모와 자식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연약한 멸종 위기의 동물일까.
▩ 전문가들의 휴대폰 사용 습관
"하루 30분 이상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로니 세거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몸에서 30cm 이상 떨어뜨려 스피커폰으로 통화합니다. 또 전원을 켠 채 몸에 지니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울램스 캔서 액티브 CEO
"핸즈프리를 사용해 통화합니다."
엘리자베스 카르디스 인터폰 프로젝트 책임자
"수신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휴대폰 통화를 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울램스 비엔나의대 연구원
▩ WHO가 권고하는 휴대폰 사용 가이드라인
휴대폰 전자파의 위험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하르델 박사와 같은 사람들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장기간 사용한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며 평상시대로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휴대폰과 영원한 결별을 선언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두 생각 모두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좀 더 현명한 휴대폰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 강조한다.
WHO는 IARC의 이번 발표가 있기 전에도 이미 휴대전화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었다.
핵심적 사항을 보자면 가급적 신체 가까이 두지 말 것, 장시간 통화가 필요할 때는 유선전화를 사용할 것, 전자파 방출이 적은 휴대폰을 구입할 것, 통화 대신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것, 어린이들은 긴급상황이 아니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할 것 등이다.
▩ 휴대폰 유해성 소송 소비자의 승리 가능성은?
이미 미국에서는 IARC의 발표 이전에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앨리슨 지브 등 원고측은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관련 업체 19개사를 대상으로 휴대폰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전한 것처럼 광고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노키아, AT&T 등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소송이 연방법과 충돌한다며 기각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이번 WHO의 발표가 나오면서 원고측은 반색했다.
반면 난처한 상황에 빠진 미 대법원은 법무부에 심리를 계속 진행할 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단 한명만 승소해도 동일 사안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을 모두 토해내야 할 지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도 녹색소비자연대 전자파감시시민행동이 이미 전문 변호인단을 구성해 손해배상 청구 등에 대해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천명했다. 물론 우리의 법체계는 미국과 달라 피해자 개개인이 모두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면 승소할 가능성은 있을까? 법무법인 바른의 IT 전문 최영로 변호사는 소송의 향방을 이렇게 예상했다.
"설사 위험성이 있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면 승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도 항상 사고 위험에 대해 인지한 채 타고 다니지 않나요? 이런 것을 '형사상 허용된 위험'이라고 합니다. 편익을 얻는 대가로 위험을 감수하라는 겁니다.
물론 업체 측이 원래 휴대폰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승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휴대폰 전자파가 명백히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된 후에나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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