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이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도 차명으로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30일 현 의원을 검찰에 고발할 당시 친박계 의원들에게 300~500만원 가량의 후원금을 차명으로 입금한 혐의를 포함시켰다. 현 의원은 공천헌금 제보자이자 수행비서였던 정동근씨 부부의 명의로 친박계 인사들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 의원에게 차명 후원 사실 여부를 확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비서가 "친박계 실세들에게 후원금을 내야 한다"며 1,000만원을 요구해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다만 정 전 비서가 돈을 받은 뒤 영수증이나 사용처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는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현 의원의 차명 후원금이 친박계 의원들에게 공천 로비를 하기 위한 목적인지 조사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은 공천 로비 사실에 즉각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후원금은 내 홈페이지에서 공개되고 있고, 전국에 있는 누구든지 넣는 것"이라며 "차명이고 아니고 간에 후원금을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부터 3월말까지 계좌를 다 조사해봤다"며 "의심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경대 전 의원도 "현영희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후원금을 보냈다면 그게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 할 수 있겠냐"며 "정 문제가 된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인 해주면 좋을 텐데 의혹만 일으키며 내가 관련됐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반발했다.
차명 후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짐에 따라 공천헌금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후원금이 공천 로비 명목으로 제공됐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4∙11 총선 공천 전반의 공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현기환 전 의원과 현 의원에만 국한된 사건으로 일축해왔다. 특히 현 의원이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모두 친박계라는 점에서 다른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연루 여부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당내 대통령 경선후보들은 현기환 전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지만 새로운 의혹이 일게 됨에 따라 비박(非朴) 주자들을 중심으로 황 대표의 사퇴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아울러 당시 총선 전반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현기환 전 의원이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과 사건 당일인 3월 15일 직접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현기환 전 의원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서울과 부산 자택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후 현기환 전 의원을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현 의원과 조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 대해선 곧 사법처리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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