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정 불안으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이후 신흥국 위기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나 동유럽 펀드에 굳이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러시아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9.96%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2.76%)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저조하다.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가 -12.01%를 기록했으며 국내 설정된 러시아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도 -11.87%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동유럽 펀드도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동유럽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신한BNPP봉쥬르동유럽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A 1)'의 수익률이 -8.27%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Eastern Europe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A1'가 -5.76%를 나타내는 등 모든 펀드가 연초 이후 마이너스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이 저조하니 자금 유출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러시아 펀드에서 204억원이 빠져나갔으며 동유럽 펀드에서도 75억원이 순유출됐다.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에서는 113억원이 나갔다.
러시아나 동유럽 펀드가 맥을 못 추는 것은 우크라이나와의 경제 밀접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최대 채권국으로 우크라이나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러시아도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10% 가까이 폭락했으며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장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러시아 증시는 연초 이후 12% 나 빠졌다. 외국인의 러시아 국채 보유 잔액도 지난해 11월 9,330억루블에서 1월 말 현재 8,940억루블로 감소했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러시아나 동유럽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출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를 긴급 지원하지 않거나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나 동유럽 펀드에 지금 투자할 필요는 없다"며 "만약 손해를 봤다면 지금이라도 부분 환매해 선진국 펀드로 갈아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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