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저널(WSJ)은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블룸버그통신은 "희망이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뉴욕 증시가 자유낙하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심리적 저지선이던 7,000선 밑으로 추락, 1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월가에서는 다우지수 4,000포인트, S&P500지수는 400포인트까지 밀릴 수 있다는 극단적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AIG발 악재에 개장초장부터 패닉에 가까운 투매양상을 보였다. 예고된 약재였음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불확실성의 해소로 해석하기보다는 '금융권 부실의 확대'로 받아들였다. 금융주의 낙폭이 큰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씨티그룹은 20% 폭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8% 하락했다. JP모건체이스도 7%가량 떨어졌다. AIG가 이날 발표한 2008년 4ㆍ4분기 손실액은 미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인 617억달러. 1분당 47만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미 정부가 재무부 구제금융(TARP) 자금에서 300억달러를 추가 투입, '대마불사(too big to fall)' 원칙을 재차 확인했으나 금융권의 잠재적 부실확대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AIG는 앞서 3차례에 걸쳐 자본확충 400억달러를 포함, 총 1,500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에서 급격히 이탈, 거품논란이 일고 있는 미 재무부 채권(TB)시장으로 몰렸다. 10년물 국채는 안전자산 회귀심리에 이날 지난주 말보다 0.15%포인트 내리면서(채권 값 상승) 수익률 3%대가 재차 붕괴, 2.87%까지 떨어졌다. 조르단 코틱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높아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지수화한 변동성(VIX) 지수는 무려 15% 급등한 53.09까지 치솟았다. 뉴욕증시 주변의 이런 두려움은 AIG발 쇼크가 뇌관이었으나 근본적으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좀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케빈 사크노프스키 알파인 뮤츄얼 펀드매니저는 "시장 참여자들은 연초까지 만해도 경기가 올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금융권 부실 확대와 집값 하락, 정부 정책에 실망감은 경기회복 시기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투자자들이 희망을 포기하고 길고 긴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있다"며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많이 내렸음에도 기업 수익악화로 주식 가치가 아직도 높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단기적인 증시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가 연말쯤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정하더라도 증시가 경기에 6개월 선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 봄이 지나야 의미 있는 반등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분석의 대가인 루이스 야마다 애널리스트는 "1차 저지선은 다우지수 6,000선, S&P 500지수는 600선이지만 각각 4,000선과 400선이 다음 저지선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다우 7,000선이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말 S&P500지수가 반등하기 전에 650까지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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