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의 어닝시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올 1ㆍ4분기에는 기업 실적이 2년반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망스러운 경기지표와 계속되는 유럽 위기 등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실적을 발표한 39개 기업 가운데 74.4%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1ㆍ4분기 매출이 9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주당 순이익은 3.92달러에 달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매출액 94억1,000만달러와 주당 순이익 3.55달러를 웃돈다.
코카콜라의 1ㆍ4분기 주당 순이익도 89센트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87센트를 웃돌았다. 존슨앤드존슨 등 다른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 예측치를 상회했다.
야후ㆍ인텔ㆍIBM 등 기술주들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인텔의 경우 순이익이 27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어들었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은 무난히 넘겼다.
이 같은 기업들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50%, 나스닥지수는 1.82%, S&P500지수는 1.55% 각각 상승했다. 버트 화이트 LPL파이낸셜 CIO는 "유럽 채무위기와 기업실적이라는 재료 사이에서 엄청난 줄다리기가 진행되는데 일단 어닝이 이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어닝시즌 개막 때만 해도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S&P500 기업의 분기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0.9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이에 따라 시장은 추가로 10% 정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분기마다 어닝시즌을 연 알코아가 지난 10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알코아는 1ㆍ4분기 중 9,400만달러(주당 9센트)의 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9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나빠졌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알루미늄은 자동차ㆍ항공 등 대부분 산업의 원자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알코아의 실적은 미국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알코아에 이어 대형은행주인 JP모건ㆍ씨티그룹과 기술주인 구글 등 각 업종 대표주들이 일찌감치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금융주들의 실적개선은 유럽 위기에 따른 미국 은행들의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까지의 1ㆍ4분기 어닝시즌은 대부분의 종목들이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의 양호한 실적이 안도랠리를 촉발하는 형국이다. 셰퍼스인베스트먼트의 조 벨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시장심리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호재에 대한 가격반응이 더 강해질 수 있어 향후 증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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