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개 홀에서 3타를 줄인 뒤 연장전 첫 홀 버디로 우승.’ 야구로 치면 9회말 2아웃에서 뒤집기 만루홈런이 터진 것 같은 명승부였다. 강경남(24ㆍ삼화저축은행ㆍPRGR)이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일 서귀포의 레이크힐스제주CC(파72ㆍ7,13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레이크힐스오픈 최종라운드. 전날 짙은 안개 탓에 경기가 취소돼 54홀로 축소된 가운데 강경남은 1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13타로 강욱순(41ㆍ삼성전자), 오태근(31ㆍDMCC)과 동률을 이룬 후 연장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중흥골드레이크오픈 제패 이후 11개월 만이자 프로 통산 3번째 우승.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했으나 올해 열린 9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한 강경남은 상금 6,000만원을 받아 시즌상금 랭킹 2위(1억7,800만원)로 뛰어올랐다. ‘슈퍼루키’ 김경태(21ㆍ신한은행)의 독주를 저지할 대표주자임을 입증하며 상금왕 2연패 도전의 발판도 마련했다. 이날 우승컵의 향방은 쉴 새 없이 불어댄 바람의 방향 만큼이나 최후까지 예측불허였다. 치열했던 3파전 양상은 후반 석종율(39ㆍ캘러웨이)의 부진에 따라 오태근과 강욱순의 대결로 압축됐다. 15번홀까지는 오태근이 우위였지만 한 조 앞서 경기를 펼친 강욱순이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월했다. 하지만 4년 만의 우승에 다가섰던 강욱순은 18번홀(파5)에서 1.2m 파 퍼트를 놓쳐 17번홀 버디로 추격한 오태근과 동률로 마치고 말았다. 그 사이 강경남의 소리 없는 반란이 진행됐다. 1타 차 2위로 오태근과 함께 출발했으나 10번홀(파4) 트리플보기 등으로 4타나 까먹어 관심 밖의 인물이었다. 강경남은 뒷바람이 분 17번홀(파4ㆍ390야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그린에 올려 5m짜리 이글을 작렬시키더니 18번홀(파5)에서도 2m 버디를 낚아 극적으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기세가 오른 강경남은 첫번째 연장전(18번홀)에서 세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여 ‘이글성 버디’를 만들며 2명의 경쟁자를 물리쳤다.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하고 올해 우승이 없었던 마음 고생을 덜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앞으로 남은 8개 대회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시즌 4승에 도전했던 김경태는 이날 3타를 잃어 공동4위(합계 1언더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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