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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특집]'도약한국' 해법 신년좌담
입력2002-01-09 00:00:00
수정
2002.01.09 00:00:00
"2002 한일 월드컵은 지구촌에 한국의 실상을 재조명시켜줄 중대한 국가적 행사다.그동안 꾸준히 축적시켜온 실물경제의 기반을 바탕으로 이제는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일 시점이다."서울경제신문이 신년 캠페인으로 펼치는 '도약 한국'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오영교 KOTRA사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신현암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는 지구촌 행사가 열리는 올해 정부ㆍ기업ㆍ민간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부회장은 특히 "정부와 민간차원의 범국민적인 국가 브랜드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외교ㆍ통상협상ㆍ수출지원ㆍ외국인투자유치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강력한 국가 홍보전략을 수립,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도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 8강국으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라며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별해 각 지역에 맞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박사 역시 "한국이 창조력이 강한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장차 수출 증대와 외국인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실익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며 "메이드인 코리아의 총체적 이미지를 높여줄 대표 브랜드 육성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각계 대표자들의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신현암 박사= 일본하면 경박단소, 미국하면 첨단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Made in KOREA'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덤핑'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습니다. 먼저 국가브랜드라는 차원에서 한국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우리의 현 위치를 짚는 것부터 시작하지요.
▲ 오영교 사장=우리 수출 상품들이 전체적으로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서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일류국가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지난 해에 40여개국 이상 시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서 160개 상품이 시장에서 상위를 차지했고 우리가 1위를 차지한 상품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중동시장에서는 일본 제품보다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우차와 현대차는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상품이 싸구려고 이미지가 형편 없다는 전반적인 평가는 속단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브랜드 이미지가 형편없고 싸구려라고 폄하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 손병두 부회장=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 10사람 중 4명은 한국을 '전쟁ㆍ분단ㆍ분쟁지역'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최근 비즈니스위크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63억달러로 평가해, 코카콜라(브랜드 가치 689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도 한국 상품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한국 상품을 한번도 산 적이 없는 외국인도 많습니다. 특히 선진국에서 한국에 대한 저가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신 박사= 우리 제품은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고 봅니다.
가격ㆍ품질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디자인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아직 미약한 게 사실입니다. 핸드폰 등 일부 품목과 삼성 등 대규모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브랜드에 대한 확실한 아이덴티티(identityㆍ정체성)가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Made in KOREA'라는 국가브랜드는 없고 'Made in SAMSUNG', 'Made in LG'라는 브랜드만 있는 상태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아예 브랜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타이완보다도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오 사장= 국가브랜드를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성숙된 선진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중동ㆍ중국 등에는 좋은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해나가야 합니다.
요컨데 지역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차이가 나므로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차별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성숙된 선진국 시장은 시간을 가지고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고 중동처럼 이미지가 좋은 시장에서는 기존에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 손 부회장=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가브랜드 홍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는 총리산하 '국가이미지위원회'가 국가이미지 홍보캠페인을 주도하고 있고 이태리도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메이드인 이탈리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산자부가 'Totally New Kore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일부처가 추진하는데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외교ㆍ통상협상ㆍ수출지원ㆍ외국인투자유치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해서 범정부 차원의 국가브랜드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 입니다.
▲ 신 박사= 21세기 들어서는 살기좋은 나라라는 컨셉(conceptㆍ개념)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나 환경 같은 문화적인 측면이 국가 이미지의 중요 요인으로 부각되는 것이지요. 우리도 '문화 대국' 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핀란드와 네덜란드처럼 강소국들은 나라는 작지만 큰 기업들이 국가의 이미지를 리드하면서 국가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삼성과 LG처럼 이들 기업이 홍보를 잘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입니다.
▲ 손 부회장= 동감입니다. 그러려면 언론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서 아무리 IR을 해도 CNN 등 국내외방송에서 과격시위의 장면을 한 번 보여주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곤 합니다.
시위 문화도 선진화해야 하고 언론 역시 선정적인 보도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공적자금 실사결과가 발표될 때 대기업이 자금을 빼돌렸다고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지 않습니까. 이 같은 잘못된 보도는 외국에 한국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뿐 입니다.
▲ 신 박사= 그렇습니다. 국가 이미지 또는 브랜드 이미지는 아무리 오랜기간 공을 들여도 한번 삐긋하면 한꺼번에 그간의 노력이 날아가 버립니다.
기업들 역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최근 중국 상해는 전세계 일류 브랜드의 격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앞으로 자사 제품이 성공할 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글로벌 테스트 마케팅' 지역으로 상해를 활용하고 있지요. 상해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테스트기지이자 새로운 상품이 선보이는 중요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전체를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IR이던 PR이던 앞으로 2~3년 동안은 상해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월드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외국 언론매체 등이 한국을 소개하기 위한 자료를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 정부나 기업이 먼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등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앞장설 필요가 있습니다.
▲ 오 사장= 좋은 지적입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첫째, 외국 기업인들에게 한국이 자기나라에서와 똑같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하면 신산업과 신기술을 창출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가지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한국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둘째 한국은 제조강국으로서 부품ㆍ소재에 관한 한 글로벌 소싱의 최적격지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지만 부품ㆍ소재는 아직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많은 부품ㆍ소재를 판 것처럼 우리도 중국과 부품ㆍ소재 등에 있어 블록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국제적 블록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신 연구원= 사실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가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고착된 선입견 때문에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고정된 이미지가 없으니까 오히려 잇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ㆍ창조)'라는 컨셉으로 국가이미지를 몰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나라는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역사가 많이 있지만 세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월드컵기간에 그런 이미지를 개발해서 잘 터트리면 효과가 클 것입니다.
▲ 오 사장=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불고있는 한류열풍을 짚어보고 싶군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중화권 중심의 한류열풍을 반드시 '경제적 한류'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일본은 지난 64년 올림픽을 치룬 후에 모든 지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는데 우리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 개도국 수준으로 모든 것이 원상복귀 되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이 두번째 기회인데 이것을 한류열풍과 함께 수출 증대ㆍ외국인투자유치 등 경제적 효과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급자중심으로 홍보를 했는데 앞으로는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요구에 따라 맞는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 손 부회장= 그렇습니다. 기존의 청소년 대중문화 위주의 한류를 아시아 전 연령층이 향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의 한류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상품 전시회를 통해 한국 방문객들이 우리 고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은 최고경영자가 브랜드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브랜드를 담당하는 책임임원 CBO(Chief Brand Officer)를 둔다는지 전통적인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방식에서 벗어나서 고유 브랜드(OBM)를 만들어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풍부한 감성을 갖고 있으므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신 박사= 국가브랜드로 다시 초점을 맞추자면 지속적인 홍보를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브랜드는 단기간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특히 국가브랜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최소 3~5년 이상 하나의 이미지를 끈기있게 밀고 나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약력
오영교 KOTRA 사장 ▲ 고려대 경영학 졸 ▲ 행정고시합격(72년) ▲ 상공부 무역정책과장 ▲ 중소기업청 차장 ▲ 산업자원부 차관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 서울대 경제학과 졸 ▲ 한양대 경영학 박사 ▲ 삼성그룹 회장실 이사 ▲ 동서경제연구원장 ▲ 한국외국어대 특별초빙교수
신현암 박사 ▲ 서울대 경영학 졸 ▲ 제일제당 근무 ▲ KAIST 경영학 박사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1초를 잡아라' 'IMF 충격, 그 이후' 등 저서 다수
정리=전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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