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근 할인 나섰지만 한발 늦은 대응 효과 못봐
中성수기 9월전후 추가인하
무이자 할부기간 확대 등 시장 사수 총력전 필요
올 초부터 수입차 판매확대와 엔저, 신흥국 경기침체로 3중고를 겪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에서는 토종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판매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신·증설을 집중한 러시아와 브라질의 판매량도 예전 같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급성장했지만 현재는 경쟁사 대비 한국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위기에 빠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황과 해법을 심층 시리즈로 알아본다.
판매부진에 따라 전격적으로 중국 담당 임원을 교체한 현대·기아자동차는 19일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전날 6%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3%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세 차례에 걸친 위안화 평가절하로 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했지만 변동성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달에도 중국 판매가 썩 좋지 않다"며 "좋아질 만한 계기가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한발 늦은 대응과 중국 경기침체, 토종 업체의 성장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7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대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32%와 33% 줄어들었다. 이는 3월 판매량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이처럼 단기간에 판매가 급감한 것은 과거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위기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펴는 동시에 자동차 금융도 총동원해 시장 사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발 늦은 할인…그 사이 변동성은 더 커져=올 들어 6월 말까지 상하이폭스바겐과 상하이GM 같은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각각 5.6%, 4.3% 줄었다. 6.2% 줄어든 현대·기아차에 비해 감소폭이 작았다.
현대차를 포함해 글로벌 기업들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토종 업체 탓이다. 중국 업체인 창안기차는 저가 모델을 앞세워 같은 기간 판매량을 무려 46%나 끌어올렸다.
글로벌 업체는 선제적인 가격할인으로 대응했다. GM은 5월부터 11개 차종 가격을 최대 5만4,000위안(약 993만원) 내렸다. 도요타도 '코롤라'를 9,000위안, 닛산은 '티아나'의 값을 1만4,000위안 인하했다. 현대차도 최근 중국에서 '싼타페' 가격을 최대 3만위안, '투싼'은 최대 2만위안 내렸지만 한발 늦은 셈이다. 그 사이 중국의 거시경제와 민간 소비심리는 급격히 악화됐다.
◇물량확대는 상황 악화 부를 것=중국 경기 중장기 전망도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8%로 25년 만에 최악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금이 더 빠져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상황은 이런데 자동차 공급은 더 늘어난다는 게 문제다. 결과론이지만 글로벌 업체 모두 시장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생산물량은 현재 195만대에서 충칭 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에는 270만대까지 늘어난다. 2018년까지 폭스바겐 120만대를 비롯해 GM(49만대), 닛산(90만대), 도요타(38만대) 등도 증설이 예정돼 있다.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는 자동차 산업은 그 특성상 감산이 어렵다. 감산은 곧장 노사분규를 부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팔지 못한 물량은 인근 시장으로 돌려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공격적 가격정책에 가용수단 총동원해야=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 이상 밀리면 시장 지배력을 잃어 향후 경기회복 시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탓이다. 지난해 10%를 넘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6월 7.2%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9월 성수기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시장 성수기인 9월을 전후로 추가적인 가격인하가 필요하다"며 "다음달 조기 투입될 '투싼'이나 향후 나올 '아반떼'도 공격적인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무이자 할부기간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대대적인 자동차 금융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이자할부 확대를 포함해 중국 시장 방어에 나서야 한다"며 "더 이상 밀리면 중국 경기가 회복돼도 판매량을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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