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에 올인한 정부의 원고(高) 용인 분위기에 원ㆍ달러 환율 1,060원대가 8일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힘 없이 무너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1,050달러대(종가기준)로 진입하기는 리먼브러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8월21일(1,054원) 이후 2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물가잡기를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기대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자 시장에서는 점진적인 환율하락(원화강세)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원화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10전 내린 1,057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050원대에 진입한 것은 2년11개월 만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추가 인상을 시사해 글로벌 달러가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전날보다 4원 하락한 1,060원에 출발했다.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역외시장 참가자들과 국내 은행들이 달러매도 물량을 쏟아낸 탓이다. 달러약세를 우려한 수출업체들도 달러네고 물량을 외환시장에 내놓았다. 국민은행의 KB금융 자사주 해외매각도 환율하락을 부추겼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달 27일(1,085원)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간 28원 넘게 떨어졌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수습국면에 들어서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떨어지고 신흥국 투자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개입조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장 초반부터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달러매수 물량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050원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급격한 하락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50선에서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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