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반도의 야경 사진을 공개했다.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암흑천지'다. 당시 NASA는 "북한은 남한이나 중국과 비교해 완전히 어두워 마치 서해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바다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 속 암흑처럼 북한은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정체를 모를 나라', '수수께끼 같은 국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든다는 괴짜 사회'로 비춰지고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저자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걸어온 곤란한 여정과 사람들의 긴장된 생활방식을 간단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는 확신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30년에 걸친 북한사 연구가 요약된 이 책은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북한의 3대 세습 역사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2012년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이번 한국판은 일본어판에 없는 2년여의 '김정은 시대'를 정리한 증보판이다.
책은 북한의 역사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기(1932~194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탄생기(1945~1948), 한국전쟁(1948~1953), 전후 부흥 및 사회주의화 진행기(1953~1961), 유격대국가 성립기(1961~1972), 김정일 등장 이후 유격대국가의 진행기(1972~1982), 김정일 죽음 이전까지의 격변기(2000~2012)로 구분해 서술해 나간다.
책에 따르면, 사회주의화가 완료된 이후 김일성 체제의 핵심은 주체사상과 유격대국가론으로 압축된다.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강조하면서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 식으로'라는 구호를 부각시킨 것. 김일성 시대의 유격대국가는 권력이 의례를 통해 과시된 일종의 극장국가였다. 이런 국가 형태는 설계사이자 연출가를 필요로 하는데, 저자는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라고 주장한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이전까지는 군사경력이 전무했고 무인이라기보다는 문인에 가까웠던 김정일은 군대 장악부터 출발한다. 아버지 죽음 이후 체제구축을 위해서는 군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외 선전용으로 자주 내놓는 군부대 시찰 사진은 김정일 때부터 활성화됐다. 군 부대 방문 마지막 코스로 군인들과 기념촬영을 함으로써 군인들로 하여금 '최고 지도자와 나의 운명은 하나'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김정일은 군대를 장악해갔다. 그러나 조상이 남긴 경제위기와 식량 위기는 여전한 골칫거리였다. 시계를 앞으로 감아 1993년으로 가면, 당시 김일성은 신년사에서 "사람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고 싶다는 우리 인민의 숙원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36년 전인 1957년에 내걸었던 그 목표를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더이상 아무런 언급도 하지 못했고,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기약 없는 약속은 아들의 시대에도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빈곤으로 이어졌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은 시대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다. 김정은은 2011년 김정일 사후 북한 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다. 저자는 비서와 국방위원장 명칭에 '제1'이란 수식어가 붙은 데에 주목한다. '제1'은 '제2'의 인물이 있음을 드러내는 말로, 최고지도자로서는 부친을 완전히 계승했지만,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당 정치국의 지원을 받음으로 김정은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시대에 접어든 지 2년여, 책은 "능력과 경험, 판단력 등 모든 점에서 여전히 미지수인 젊은 지도자가 절대적 유일지도자가 돼 곤경에 처한 나라의 운명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하는가"라고 물으며 담담히 김정은 통치 하의 북한을 상세히 정리했다.
30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와 분석이 돋보이는 글로, 김일성 3대로 돌아본 북한 현대사와 같은 시기 한국과 세계 동향을 담백하게 풀어 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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