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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대/가계에 미치는 영향
입력1997-12-12 00:00:00
수정
1997.12.12 00:00:00
신경립 기자
◎실질소득 감소·세금 인상… 고통 클듯/소비절약·저축확대로 ‘거듭나기’ 기회 삼아야IMF 지원조건 이행이후 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도 변화는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세수 확보 수단으로 부가가치세 감면대상이 줄어들고, 간접세나 특소세, 석유관련 세율이 인상되는 정도다. 따라서 본격적인 IMF 관리시대로 접어들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직접적인 제도 변화보다는 이행과정에서 나타날 저성장·고물가·고실업·고금리체제에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IMF체제가 본격화되면 가계는 어느 때보다 큰 고통을 분담하게 된다. 우선 성장률의 하향조정,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따라 실업자수가 1백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특히 임시직·계약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지출 삭감으로 사회보장적 지출도 축소되고 재취업이나 재교육 등 고용정책 부실로 실업률 증가는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불안감을 조성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다 IMF는 구조조정 자금 충당을 위한 간접세율 인상을 요구함에 따라 최근의 환율 폭등 및 공공요금 인상 우려와 함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합계인 국민고통지수를 추산한 결과, 내년 지수는 81년이후 17년만에 최고수준인 1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과 대출금리 상승이 예상돼, 가계의 고통은 이중 삼중으로 겹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지출은 급감, 경상가격으로 97년의 경제상황에 비해 약 1조6천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같은 고통 이면에는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가계부문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저성장을 인식하면서 미래의 예상소득 및 가격변수에 대한 기대치도 과거와 달리 불안한 양상을 보이게 돼, 한계소비성향이 줄어드는 반면 가계의 한계저축성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써버리자」심리가 팽배하면서 민간부문 한계소비성향은 해마다 50% 이상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이같은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IMF체제라는 충격으로 인해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과소비가 소비패턴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부문이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고 수입을 줄여서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저축을 늘리면 대내외 저축률 상승으로 인해 해외부채 상환능력이 제고될 수 있다. 결국 장기적 고통 해소를 위해 저축을 늘려야 한다.
위기상황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선 가계가 정부와 기업이 추진하는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달러화 절약운동 추진, 무분별한 해외여행이나 외국상품 구매· 외식 자제, 에너지 절약운동의 생활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IMF시대에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친 불안심리이다. 최근 IMF 이행조건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기도 전에 예금인출사태가 발생, 향후 금융기관의 부실과 M&A가 잇따를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합병되더라도 합병 이전의 계약대로 원금과 이자는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고, 설사 파산조치가 내려진다해도 정부는 오는 2000년말까지 모든 금융상품의 원금과 이자에 대해 1백% 지급보증을 하고 있어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거워질 세금에 대해서도 대응책 마련도 절실하다. IMF와의 합의문에 따르면 내년중 특별소비세와 교통세가 인상돼 자동차 구입과 유지에 관련된 세부담이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대도시 상업용 건물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가 늘어나고, 변호사와 학원, 강습소도 부가세를 내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자동차타기를 자제하고 가능한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또 자진신고 납부나 공제혜택을 유지해 세금감면을 받고,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개인연금신탁이나 비과세가계저축 등의 금융상품 가입도 절세효과를 보게 된다.
한편 IMF시대에도 재테크는 가계 주름살을 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여행이 잦거나 유학자녀를 둔 가정은 환테크에 신경써야 한다. 최근과 같이 원·달러 환율이 높은 시대엔 유럽이나 뉴질랜드로 여행할 때 현지 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고, 환전과 송금도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후 남은 외화는 외화예금에 넣었다가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며, 여행지에서의 카드사용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년 외환시장이 안정됨에 따라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내년중 금리가 18∼20%대의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우에 따라선 하반기중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금리의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시기의 금융상품 운용에 있어선, 금리하락기에 유리한 확정금리상품과 상승기에 유리한 변동금리상품간 선택시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시대엔 주식보다 채권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채권이 주식이나 기타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권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증시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내년엔 채권이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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