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비교광고 '제동'

공정위, 샘표식품에 중지령…유가공업계도 영향줄듯식음료업계의 무분별한 비교광고에 공정거래위가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11일 경쟁사업자의 제품과 자사 제품을 비교광고하면서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사 제품을 더 맛있다고 광고한 샘표식품㈜에 대해 부당비교광고로 판정, 광고중지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샘표식품에 대해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2개 일간지에 공표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비교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지난해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식품ㆍ음료 회사들의 비교광고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지난 8, 9월 월간지를 통해 자사제품은 100% 국산 태양초를, 경쟁사 제품은 28.6∼34.7%의 중국산 고추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교하는 광고를 냈다.

그 뒤 "국산 태양초라야 고추장 제 맛이 난다"며 "자신 있다면 국산의 함량을 밝혀야 한다"고 광고했다.

공정위는 중국산 고추가 국내산 고추보다 맛이 열등하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없는 만큼, 이 같은 광고는 경쟁사 제품이 제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비방적 광고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공정위 표시광고과 관계자는 "제품의 객관적인 특성이 아닌 주관적인 경험이나 판단에 따른 비교광고를 앞으로도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판정은 남양유업과 한국애보트의 비교광고를 비롯한 식품사들의 경쟁사 깎아내리기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양유업과 한국애보트는 지난 8월 서로 경쟁사의 광고가 객관적인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현재 양측의 주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식품업계에서는 비교광고가 난무하다시피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봄 오렌지 주스의 원산지를 거론하며 경쟁사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두산의 산 소주 광고는 모델이 양 손에 산과 진로의 참이슬을 들고 산뜻한 기분을 느끼려면 산을 마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가공업계에서는 빙그레가 자사 제품의 영양성분과 경쟁사 제품을 비교하며 '상처 받은 우유'라고 표현해 경쟁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상이 간장의 성분을 둘러싸고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교광고를 냈고 동양제과가 자일리톨껌의 성분에 대해 롯데제과 제품을 깎아 내리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교광고까지 내보내며 선발사를 따라 잡으려는 후발사들의 고심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소비자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업계의 경우 근거 없는 비교광고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