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2년 만에 또다시 리세션(경기후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이르면 18일 내년으로 예정된 소비세 추가 인상을 보류하고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의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자국의 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0.4%, 연환산 기준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0.5% 성장(전분기 대비)을 턱없이 밑도는 수치다. 특히 2·4분기(4~6월) 당시 GDP 성장률이 -1.9%(연환산 -7.3%)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분기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면서 기술적으로 리세션에 접어들었다. 일본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2012년 4~12월(3분기 연속 마이너스) 이후 2년 만이다.
4월 당시 5%였던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한 후 가계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 리세션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세제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던 정부 및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제스퍼 콜 일본 전략 헤드는 "일본 경제가 소비세율 인상으로 강제적인 리세션을 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재정 및 통화정책 등을 총동원한 아베노믹스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세 벽에 막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당장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추가 인상(8%-→10%) 방안이 보류될 것이 확실시된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7일 일본에 돌아온 아베 총리가 소비세 추가 인상 보류와 함께 중의원 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 결정을 18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일본의 GDP 쇼크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전날 대비 2.96% 폭락한 1만6,973.80으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피지수 및 대만증시도 각각 0.08%, 1.10% 떨어졌다. 엔저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는 장중 한때 117.04엔까지 떨어져 2007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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