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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국정 안정운영' 선택

인사권 갈등으로 당·청마찰 커질 땐<br>한미FTA등 현안대처 "득보다 실" 판단<br>해경 출신 첫 해양경찰청장 기용 눈길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사퇴로 혼란을 겪은 교육부를 격려방문, 현안보고를 받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종욱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카드’를 접고 김성호 청렴위 사무처장을 발탁한 것은 임기 말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기보다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8일 김 처장의 법무부 장관 발탁 배경에 대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고사를 했고 대통령도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이끌고나가기 위해 결심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권 갈등으로 촉발된 당ㆍ청 마찰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국정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FTA 추진과 양극화 해소, 북핵 및 미사일 문제 등 국정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기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에 일방적으로 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는 법무장관 인선에서는 양보했지만 지난 6일 당ㆍ청 회동을 통해 당으로부터 ‘대통령의 인사권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서약’을 받아냈다. 이와 관련, 청와대로서는 인사권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세운 마당에 문 전 수석의 기용을 강행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일 당ㆍ청 회동이 ‘문재인 카드’를 포기하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 수순이지 당일 회동에서 여당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당초 문 전 수석을 기용할 뜻이 없었는데 여당이 문재인 비토론을 제기하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장관급 인사와 함께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는 국장이 차관으로 직행하는 파격적인 발탁인사는 없었으나 서열 파괴형 인사패턴이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공정위 부위원장에 내정된 김병배 상임위원은 행시20회로 2명의 행시 선배를 제쳤고 이선희 신임 방위사업청장은 차장의 지휘통솔을 받는 계약본부장임에도 청장으로 직행했다. 또 경찰 출신이 독차지하던 해양경찰청장에 처음으로 해경 출신이 기용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차관으로 갈 것이라는 입각설이 제기됐던 천호선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천 전 비서관은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동행, 의전노하우를 ‘실전’에서 후임자에게 전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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