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또다시 불어닥친 경기침체 우려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증시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33포인트(1.24%) 급락한 1,940.92로 마감하며 간신히 1,940선에 턱걸이했다. 이날 11.27포인트(0.57%) 하락한 1,953.98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한때 1,930선 초반까지 밀리며 1,94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1,94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7일(1,939.88) 이후 5개월 만이다.
최근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는 이날도 1,823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엿새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기관은 901억원, 개인은 82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10.79포인트(1.90%) 내린 555.95로 마감하며 8월 13일(551.7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 3대 지수 등 세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334.97포인트(1.97%) 떨어진 1만6,659.2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및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2.07%, 2.02% 하락한 1,928.21, 4,378.34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시장 하락의 진앙지였던 유럽 증시 역시 부진했다. 영국 런던증시(FTSE100)와 프랑스 파리증시(CAC40지수)가 각각 0.78%, 0.68% 떨어지는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증시도 유럽발 악재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78.38포인트(1.15%) 하락한 1만5,300.5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92포인트(0.62%) 내린 2,371.45에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가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든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던 독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지금껏 유로존 리스크를 상쇄해온 독일 경제마저 경기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유럽발 경제위기 우려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9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8월 독일의 수출금액은 전월 대비 5.8% 감소한 926억유로(약 126조9,700억원)에 그쳐 2009년 1월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독일의 유력 경제기관 5곳은 이 같은 경기침체를 반영해 올 3·4분기 및 4·4분기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각각 0.0%, 0.1%로 하향 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가뜩이나 달러 강세와 실적악화 등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발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다음달 초까지는 이러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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