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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스포츠 경제
입력2002-06-09 00:00:00
수정
2002.06.09 00:00:00
48년 만에 건져낸 월드컵 본선경기의 첫 승리는 우리들 모두에게 감격과 흥분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지구촌 6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멋들어지고 확실한 두 골로 얻어낸 승리는 감격과 흥분을 넘어서 실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직ㆍ간접적으로 유발하고 있다.
모 경제연구소가 추계한 월드컵 1승의 경제적 효과는 국내 소비증가와 대외 광고효과를 합산해 약 2조원에 달하며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의 효과가 약 14조원에 이른다.
그리고 CNN 등 외국 방송매체의 보도에 수반되는 대외 광고효과는 약 7,000억원, 국내 100개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되는 효과로서 약 12조원으로 추정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증가와 월드컵 시설투자로 인한 승수효과까지 합한다면 월드컵경기 대회에 투자된 총예산을 차감해도 실로 엄청난 유무형의 수익이 이번 승리로 창출됐다.
필자는 이러한 경제적 분석을 접하면서 이제 진지하게 스포츠경제학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전기가 마련됐다고 판단한다. 물론 그동안 스포츠산업으로서 특히 마케팅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돼왔으나 스포츠산업에는 스포츠마케팅을 뛰어넘는 스포츠경제학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며 이와 관련해 몇가지 시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스포츠경제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인적자본이 장기간에 걸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성 그리고 육체적 능력과 기술로 정의된다면 스포츠야말로 지식기반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지식기반경제학의 이론가로서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한 미국의 폴로머 교수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시장의 유인으로 인해 자생적으로 촉발되는 기술개발로 설명하면서 인적자본을 지식기반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스포츠는 21세기 지식경제의 중요한 산업으로서 그 위상이 정의되고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스포츠는 중요한 문화산업으로 접근돼야 한다. 문화산업은 자본집약적이 아닌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지식집약적 산업이다. 이제 스포츠는 단순한 힘겨루기 운동경기가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가 되고 이를 위해서는 치밀한 상업적 기획과 PR 그리고 마케팅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여기에는 '캐릭터' 산업과 '게임' 산업이 수반돼 실로 막대한 시장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동시에 관광산업과 연계돼 그 영역이 넓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격심한 경쟁의 벽을 뚫고 수출시장을 개척하듯이 앞으로는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국제대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범세계적인 경기와 함께 한중,한일과 같은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국제적인 경기도 다양하게 스포츠상품으로 기획돼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이와 같은 새롭고 폭 넓은 인식하에 스포츠경제의 발전을 위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국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스포츠 종목(예를 들어 양궁ㆍ스케이팅ㆍ탁구ㆍ골프ㆍ축구 등)을 선정해 전국적으로 개별 혹은 종합적인 체육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
현재도 축구와 골프 종목은 전문학교가 대학 수준에서 설립, 운영되고 있으나 좀더 확대해 다양한 종목을 양성할 수 있는 학교가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수준까지 내려가 전국적으로 시ㆍ도 단위에 적어도 하나의 체육학교가, 그것도 가능한 사학재단으로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 역시 조기교육을 통한 능력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스포츠를 위한 과학 '인프라'의 개발과 접목이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생명기술(BT)을 중심으로 스포츠와 과학을 접목시켜 교육ㆍ체력관리ㆍ경기운영ㆍ기록ㆍ전술 등 전분야에 걸쳐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스포츠과학'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기획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스포츠를 경기가 아닌 '이벤트'로 기획하는 복합기능을 갖춘 기획전문가를 양성해 스포츠를 지식산업으로 그리고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길이 21세기 스포츠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선(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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