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주주 3.0 시대, 조화가 답이다] <하> 건강한 시장 만들 해법은

"주주가치 올리는 배당 확대 좋지만

투자 위축 등 부작용 없게 추진해야"


기업, 투자·불확실성 대비 돈 쌓아 놓는 행위 이해 필요

배당 확대 외국인 배만불려 국부 유출 논란 불거질수도

정부 일방적인 정책 보단 기업·주주 판단에 맡겨야


배당은 양날의 검이다. 우리나라의 배당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주주 가치 제고와 침체한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쌓아 놓는 돈에 획일적으로 배당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 때론 재무구조 개선이나 설비·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위해 이윤을 사내에 유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주주 자본주의에 포획돼 '배당의 역설(dividend paradox)'에 빠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군수 산업을 이끌고 있는 록히드마틴은 시가 배당률이 3%를 넘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세계 군수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 덕에 매년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 레이시온·제너럴다이내믹스·노스롭그루먼 등 다른 군수업체들 역시 2%가 넘는 높은 배당률을 내세워 보수적인 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실적도 꾸준하고 주가 변동성도 적다. 배당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들 업체만큼 매력적인 기업도 흔치 않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이 많은 것이 해당 국가의 산업 측면이나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유 자금을 주주들에게 대부분 돌려준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새로운 대체 투자 대상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본다면 이들 기업은 사실상 정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쁘게 말하면 투자능력 저하다. 때론 기업은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위해 이익 잉여금을 쌓아 놓아야 하고 이런 사내 유보금이 주가에 반영돼 기업의 능력과 가치를 나타내야 한다.

박경서 기업지배구조 원장은 "배당을 안 하면 회사에 유보된 자기자본이 늘어나 주가가 많이 오르는 반면, 배당을 많이 주면 주가는 덜 오르지만 배당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두 개의 합이 궁극적으로 주주의 수익으로, 두 합은 대부분 기업이 비슷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사내 유보가 주가에 정확히 반영되지 못한 채 오히려 배당을 늘려야만 하는 핵심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배당의 역설이다. 이는 주로 삼성전자·현대차 등 현금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에 집중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비율은 외국 대기업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외 250대 상장사(금융업제외)의 현금보유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18%로 미국(12.49%)·영국(10.37%)·프랑스(13.04%)·독일(13.85%)·일본(16.27%)·대만(20.64%) 등에 비해 낮았다. 국내 기업 간 분석에서도 총수가 있는 민간 대규모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8.04%로 비소속기업(11.36%)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의 본성은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투명성 증대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기업이 사내 유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배당 확대가 서민소득 증대 등 정부 의도와 달리 결국 외국인투자가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어 배당액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1.3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포스코 54.16%, 현대차 43.94%, SK하이닉스 49.7% 등 주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실적과는 거꾸로 배당을 늘리고 있다"며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높은 기업의 배당 확대는 국부 유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초부터 배당금을 확대 발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총 8,173억원의 배당금을 내놓는다. 전년 대비 54% 증가한 금액이며 배당성향도 기존 6.2%에서 11.1%로 높아졌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43.94%에 달해 올해 외국인 몫으로 돌아갈 배당금은 3,6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역시 총 3조원의 배당금을 풀면서 전년보다 8,000억원을 더 쓴다. 보통주 주당 1만9,500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13년(228조원)에도 주당 1만4,3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절반 이상(51.8%)은 외국인 소유다. 우선주는 80%에 육박한다.

다수의 기업이 실적 악화 속에서도 배당을 늘리는 배경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정부의 배당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10%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보다 기업과 주주의 판단에 따라 배당이 행사돼야 배당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 원장은 "정부가 나서서 배당정책을 강요하기보다는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일반 주주들이 합리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배당이 이뤄져야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기존의 단기투자 중심에서 장기투자로 투자방식을 전환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배당이 외국인과 대주주 등 일부 투자자의 잇속 챙기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