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31일로 4년 임기를 마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그의 전임자처럼 장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임명권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워싱턴 정치권의 기류에 달려있는 것 같다고 CNN머니는 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사상 초유의 금융 위기를 맞아 초기의 우유부단과 오판에서 벗어나 공격적 통화정책으로 패닉에 빠진 시장을 구원했음에도 정치권은 그에 대해 월권 행사와 퍼주기식 구제금융에 온갖 화살을 쏟아 붇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FRB의 본연의 임무인 경제와 시장을 잘 관리했으나, 오히려 이것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를 지지했던 공화당으로부터는 시장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을 두고 비판을 받고 있고, 반대로 저소득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은 탐욕스런 월가 금융기관을 살리는데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질책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 분석가들은 "최근 FRB의 역할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는 백악관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며 "백악관은 '오바마의 사람'을 기용할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CNN머니는 "행정부는 FRB의장문제로 의회와 충돌하기를 꺼린다"며 "백악관은 만약 (공화당사람인)버냉키를 교체한다 해도 공화당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FRB의 감독권 강화를 골자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개혁 방안 추진과 관련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의 연속성과 시장이 그에 거는 기대감을 감안하면 유임 가능성이 다소 높은 편이다. 지난 30년간 FRB 의장은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모두 연임했다. 1979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기용된 폴 볼커 의장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시절 재신임을 받았고,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4명의 대통령을 거쳤음에도 건재했다. 금융위기가 그의 재임 중 발생했지만, 책임은 그에게 있질 않아 특별히 흠잡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버냉키 의장은 새 행정부의 핵심 과제인 경제난 극복에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발 벗고 나섰는데, 이것은 오바마가 진 빚이다.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자신의 경제팀을 소개하면서 버냉키 의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새 인물로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으나 지금은 오바마가 그를 교체할 것이라는 추측은 변하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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