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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美 중간 선거이후 과제
입력2002-11-11 00:00:00
수정
2002.11.11 00:00:00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갔다고 믿는 미국인들에 있어 지난 중간선거 결과는 모든 것을 변화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분명하게도 우리는 정치적 황폐함이 몰아치는 곳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좀 더 길게 체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부시 행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더욱 힘들게 됐음을 뜻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비밀에 싸인 정부로 꼽히는 현 부시 행정부의 앞으로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것은 보다 어렵게 됐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제쳐두더라도 단순한 국내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애국심이 결여됐다는 호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부시 행정부 정책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를 '정책'과 혼동하고 있는 식자(識者)들은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정당은 반드시 현 정치판에서 항상 옳은 정책을 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승리가 잘못된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 소용돌이로 그들이 입을 상처의 치유가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급증하는 재정 적자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 상황의 당면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제가 불가능해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은 금융시장에서의 신뢰감을 무너뜨렸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외교정책은 동맹국들이 우리 곁을 떠나게 만들었다. 환경정책 또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모두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구구절절한 이런 주장들이 모두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치가 이제 제자리를 찾아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권력을 움켜 쥐고 있는 공화당내에서 중도파는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이러한 변화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만 그들은 지금 선거 패배로 자포자기 상태에 있다.
비단 9ㆍ11 사태로 따라 고양된 애국심 때문만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공화당의 정책은 일반 대중들에게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그들의 주장을 널리 펴기 위해 이미 엄청난 자금을 투여했다. 게다가 주요 언론매체들이 친공화당적인 노조를 펴고 있는 가운데 다른 매체들은 공화ㆍ민주 양당의 정책의 차이점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대통령 선거 이후 특히 9ㆍ11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지도부는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을 삼가고 있으며, 기업 및 부유층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 입안에도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중간선거는 공화당에게 더욱 힘을 실어 준 결과가 됐다. 공화당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제 민주당이 공화당을 대신할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숨을 죽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금권정치의 모습을 띈 현재 미국 정치에 반대하는 일반 시민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개혁을 늦추고 있는 공화당에게 일격을 가해야 하며, 거대 기업들을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하려는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경기 부양이라는 미명하에 실제적으론 기업과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 조치에도 반기를 들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건전한 중산층을 적극 대변하면서 금권정치에 대항하는 자세를 분명히 한다면 기업과 부유층의 표를 잃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국 전체는 모든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폴 크루그먼<미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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