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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환상 버려야
입력2003-06-15 00:00:00
수정
2003.06.15 00:00:00
불법체류자 증가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 미흡, 인권침해, 송출 비리, 제도의 합법성 여부, 국제적 체면의 손상 등이 외국인력 도입과 활용에 관련된 쟁점 사안들이다. 모두 해결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 규명과 중요도를 가려 가장 근본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문제를 순서대로 가려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불법체류자의 증가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미흡이다. 전자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다른 문제 발생의 직ㆍ간접적 원인이 되고 있으며, 후자는 애당초 외국인력을 도입하기로 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든 무엇이든 간에 기존 제도와 비교해 이 두 가지 문제가 지금보다 호전될 수 있는가가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
외국인력 수입이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한다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을 다소나마 해소할 목적으로 단순근로 외국인력을 도입ㆍ활용하고 있다. 청년층과 여성인력을 중심으로 한 유휴인력과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지속되고 있어 견디다 못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아예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근로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으나 앞서 지적한 문제들이 제기되자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사업주가 구직자 중에서 적격자를 직접 선정하도록 하고, 단순근로 외국인력을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하자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골자다.
이러한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으로 적기에 그리고 충분한 인력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 국제적 위상도 높이고 정부가 관리하는 만큼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비리소지도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을 개발한 것과 같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서로 상충 되고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할 뿐 아니라 문제발생 소지가 다분하다. 왜냐하면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바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단순근로 외국인력과 관련한 각종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임금격차로 인해 엄청난 수의 공급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 바로 이러한 수급 불일치와 현실적 제약, 이에 대한 적절치 못한 대응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나머지 문제들은 여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이다. 어떠한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앞서 지적한 제약조건의 면면을 살펴볼 때,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는 기존 제도의 문제점 지적과 부각에 치중하다 보니 외국인력 도입과 활용 목적, 현실적인 제약조건 하에서 정확한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큰그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허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이 앞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아니면 제도 도입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외국인력제도 변경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불법체류자를 줄여나가는 방안의 강구다.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문제는 산업연수제냐 고용허가제냐 하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철저한 관리, 강력한 단속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임은 외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책 없이는 어느 제도를 채택하든지 사상누각이 될 뿐이다. 불법체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제일 큰 원인은 우리나라가 불법체류하기 좋은 국가이고 불법체류자가 합법체류자보다 오히려 우대 받는 환경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연례적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자진신고, 출국유예조치를 지속해 왔다. 명분은 중소기업 인력난 심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나 일련의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금의 출입국관리 환경 하에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 불법체류자에 대한 출국유예나 합법화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확고한 의지표명이 있어야 된다. 법을 어긴 사람이 우대 받는 사회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법의 엄정성을 지켜나가면서 불법체류 외국인의 단계적 출국대책을 우선 마련한 후 바람직한 외국인력운영제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서정대(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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