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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싱가포르 FTA 체결
입력2003-05-05 00:00:00
수정
2003.05.05 00:00:00
윤혜경 기자
11년 만에 마무리되는 이번 미-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미국이 동남 아시아지역에 자유로운 무역터전을 만들기 위한 역사적 `첫발`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협정은 330억 달러에 달하는 두 나라의 교역을 촉진시키기 위해 관세철폐와 함께 비관세 장벽도 제거하는 내용이 골자다. 싱가포르측은 FTA가 발효될 경우 연간 3억달러의 관세가 절약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측은 일찍부터 싱가포르와의 FTA체결을 발판 삼아 향후 미-아세안 자유무역협정체결로 확대한다는 포부를 드러내왔다. 최근 프랭클린 라빈 주 싱가포르 미 대사와 토미 코 싱가포르 협상 대표는 “두 나라의 자유무역협정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모델 케이스가 되길 바란다”며 “궁극적으로는 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목표”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역시 이번 FTA체결을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구축 전략의 완결판으로 평가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다자주의틀을 기본으로 하는 국제무역기구(WTO)등 국제통상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 승리로 국제 무대에서의 입김이 더욱 거세진 미국이 일방적 무역협정 체결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입맛에 맞는` 국가들을 골라 `특혜적`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예로 11년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지난해 말 어렵게 타결됐던 미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이 칠레의 `이라크전 반대`이후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ㆍ칠레 FTA 미 의회 비준은 당초 미국-싱가포르 FTA 비준 안건과 함께 일괄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칠레의 이라크전 반대 결정이 두 안건의 분리 처리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연합 등 다른 국가들이 다자간 체제를 활용, 미국의 농산품 수출 보조금 지급과 철강 수입제한 조치에 견제를 가하자 미국이 FTA체결을 통한 쌍무 협정 강화로 WTO 무력화 시도에 나서려는 조짐이 일찍부터 감지되고 있었다”며 “이는 국제 사회의 자유무역질서 확보 노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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