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5년여 만에 배럴당 50달러 시대를 맞은 가운데 글로벌 경제에 저유가발(發)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와중에 전개되는 저유가가 소비진작 같은 순기능보다 디플레이션 압력 가중과 산유국 경제 타격 등 역풍을 먼저 일으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99센트(1.6%) 하락한 배럴당 59.95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50달러대로 진입한 것은 2009년 7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가하락세의 고삐가 풀리자 세계 경제 곳곳에서는 저유가의 직격타로 인한 신음이 새어나온다. 노르웨이는 이날 저유가에 따른 경제 충격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반면 러시아는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해 경기 부담을 감수하고 금리를 1%포인트나 높였다.
충격은 산유국으로 그치지 않는다. 11월 프랑스 물가상승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유럽의 디플레이션 경보는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최신 분기 물가분석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이 또다시 커졌다"고 경고했다.
통상 유가하락은 기업의 생산비용과 가계지출 부담을 덜어주는 등 비산유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호황기처럼 이번에도 유가하락이 세계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둔화와 유럽·일본 경제침체 위기로 세계가 수요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급진전되는 유가하락은 과거의 저유가와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 역시 정유업계의 직접적 타격뿐 아니라 수출둔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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