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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코리아'를 향해] <1> 매력있는 한국이 성장의 원천

선진국 모방 양적 성장만으론 한계<br>GDP·교역규모등 경제지표 선진국 수준 불구<br>노사·교육·공공부문등은 중하위권 못벗어나<br>혁신·창조 바탕, 정치·사회시스템 도약 시급



“문화와 예술ㆍ스포츠ㆍ관광을 진흥해 소프트 파워를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대통령이 되겠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경제ㆍ문화의 선진화 등 선진화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결합된 사회로 가야 한다.”(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연말 주요 대선 주자들의 일성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선진화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경제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나 문화ㆍ의식구조가 한단계 도약한 사회이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면서 선진국의 산업과 경제를 베끼는 ‘캐치업(catch-up)’ 전략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경제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법치주의ㆍ투명성 등 사회적 자본, 정치ㆍ경제 제도, 국민통합, 인재양성 등에서 한국만의 소프트 파워를 갖춰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김경동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연 선진국은 무엇을 뜻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며 “지금 한국 사회, 한국인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그렇게 꿈꿔온 선진국이 되기는커녕 온전하게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선진국 베끼기’ 이제 안 통한다=지난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선진국에는 경이로움, 개발도상국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7년 2만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ㆍLGㆍ현대차 등은 전세계 기술발전과 표준화를 선도할 단계에 이르렀다. 식민지였던 한국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면 현대사를 다시 쓸 정도의 사건이라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4.5% 정도인 잠재성장률은 고령화ㆍ저출산 추세와 맞물려 오는 2030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성장산업 1~2개만 더 육성하면 성장률을 5% 이상 유지할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선진국의 산업과 제도를 모방해 고성장을 이룩했던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이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자본과 노동을 대거 투입해 양적 팽창을 이어왔으나 이제는 혁신주도형 경제구조를 이룩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ㆍ기업경제 연구부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후발 추격이 아니라 선진국과 경합하는 발전 단계에 이르렀다”며 “혁신과 창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도와 의식ㆍ관행을 확립하고 정치ㆍ사회 시스템이 질적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성장세도 유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속성장의 원천은 ‘소프트 파워’=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13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거시경제, 과학기술 수준, 기업활동 성숙도 등은 각각 8위, 7위, 9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제도적 요인, 노동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성숙도 등은 각각 26위, 24위, 27위 등으로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다른 조사기관의 보고서를 보더라도 GDPㆍ교역규모 등 일부 양적인 경제지표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법치주의, 노사관계, 교육, 공공 부문 효율성 등 경제시스템의 질을 나타내는 분야에서는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우 연구부장은 “세계 주요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경제ㆍ사회적 제도의 성숙도가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더 높다”며 “경제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급인력 양성, 성장동력의 확충, 능동적 세계화, 국가 거버넌스의 선진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세계화와 개방화,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 등의 여파로 성장이 고용ㆍ소득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반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커지고 있어 사회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이 같더라도 환경과 질서가 좋은 나라에 사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은 삶의 질이 다르다”며 “정부는 법치ㆍ휴식공간ㆍ교통ㆍ사회봉사활동 등 사회공공재에 대한 자원배분을 늘리고 국민들은 ‘함께 잘 산다’는 사회공동체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매력 있는 대한민국’으로 도약을=‘소프트 파워’가 강한 국가는 경제는 물론 정치ㆍ사회도 선진화된 나라다. 풍요롭고 조화로운 경제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신뢰 받는 정부, 자부심 강한 국민, 상식이 통하는 문화 등을 두루 갖춰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한국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면 우리 경제의 위상도 더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21세기에 들어 세계 강대국은 과거 경제력ㆍ군사력 등 힘의 논리에서 문화와 매력 포인트 등을 앞세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며 “경제력에 걸맞게 세계 10위권의 소프트 파워 육성이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품질에 비해 싸구려로 취급 받는 반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중소기업 제품이더라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도 소프트 파워의 차이라는 게 임 이사장의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의 파워 게임, 북한 붕괴위험 등 국제 정세의 변화도 국가 브랜드 제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주변국의 협조와 네트워킹 구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소프트 파워 구축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 연구부장은 “저출산ㆍ고령화, 양극화 등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대외 환경 변화로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는 게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광범위한 제도개혁과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상당 기간 혼란과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 파워=군사력ㆍ경제력 등 물리적인 하드 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신뢰와 민주적 가치,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외교적으로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힘을 의미한다. 넓게는 지식, 문화, 교육, 법치주의ㆍ투명성ㆍ국민통합과 같은 사회적 자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국부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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