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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임대차 계약서 확 바꾼다

법무부, 하반기 추진… ‘고무줄’특약사항 대신 필수기재사항 늘리기로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사는 주부 김미경(39)씨는 지난해 여름 집주인과 얼굴을 붉힌 경험이 있다. 이사온 지 3개월도 채 지나지도 않아 아이들 방 벽지에 까맣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것이다. 습도가 높은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퀴퀴한 냄새가 방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해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 도배와 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달라"고 따졌지만, 오히려 “예전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었는데 빌린 쪽이 환기를 자주 안 해서 그렇다”란 대답만 돌아왔다. 항의와 거절이 수 차례 오가는 과정에서 집주인도 김씨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고, 결국 김씨가 "도배와 수리에 필요한 금액을 주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해 책임을 묻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후에야 집주인은 수리비용의 70%를 내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렇듯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하반기 중에 표준임대차 계약서의 틀을 바꾼다.

법무부는 16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임대차 기간에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당사자 가운데 어느 쪽이 배상책임을 져야 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표준임대차 계약서 양식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던 표준임대차 계약서가 세부적인 틀을 갖추게 돼 집주인과 임차인의 합의 하에 '특약사항'으로 추가 기입했던 내용이 필수항목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의 재량에 따라 폭넓게 작성됐던 여러 계약관련 조항들이 일관성 있게 정리될 수 있다. 현행 표준임대차 계약서는 부동산 소재지나 보증금 액수, 임차 기간, 계약당사자 인적사항 등 6가지 기본 항목만 기입하면 됐다.



다만 시행령에서 규정할 특약사항의 범위와 내용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며 “간략한 현행 계약서 양식을 상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큰 방향은 잡았으나 표준임대차계약서에 어떤 내용을 추가하게 될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차 계약을 두고 계약당사자들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줄여 나갈 수 있는지 현재 학계나 관련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무부는 임대형태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연간 임차료가 전환보증금의 14%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한 시행령을 10% 선으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주택임대시장에서 월세 시세는 전환보증금의 6~8% 정도다. 그러나 시행령 조항으로 특정 이율을 못박을 경우 시세로 형성된 현행이율을 끌어올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법무부가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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