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유럽발 경제위기의 도화선을 재점화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유로존(유로화폐를 쓰는 17개국) 지원방안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기 시작했다. 10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사태 해결을 위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보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재정위기국가 지원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IMF에 주요 회원국들이 돈을 빌려주면 IMF가 이 돈을 재원으로 삼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노출된 국가에 빌려주는 '양자차입' 방식이 비교적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며 "다만 그밖의 방법에도 문을 열어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최근 IMF의 주요 회원국들과 전화접촉 등을 통해 유로존 지원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을 실무 차원에서 협의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일행도 현지에서 미국ㆍ일본ㆍ중국 등의 재무라인들과 만나 유로존 지원동향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외환당국자는 "지난번 G20회의 때 의장국인 프랑스가 구체적인 유로존 지원규모와 분담방식 등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유로존을 돕느냐는 것을 놓고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로존을 도울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실무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 IMF와의 양자차입을 통한 우회적 지원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력시되는 것은 지원할 자금을 떼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IMF와 같은 국제기구는 일반적으로 빌려준 돈에 대해 선순위 변제권을 갖는 등의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IMF가 채무국의 부도로 돈을 떼인다고 하더라도 양자차입 방식으로 유로존을 지원한 국가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다. 양자차입의 형식상 자금을 빌려준 국가는 유로존 채무국이 아니라 IMF와 대차관계에 있기 때문에 IMF로부터 돈을 받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IMF를 통해 유로존을 돕는 방식은 양자차입 이외에도 IMF의 일반계정에 있는 특별인출권(SDR)을 지원하는 방안, IMF에 새로 특별계정을 설치해 재정위기국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방식이 됐든 유로존 국가들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유동성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칙만큼은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은 조만간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더라도 우리 정부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유로존 지원안이 곧바로 윤곽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프랑스가 맡고 있는 G20 의장국 지위가 12월부터는 멕시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레임덕이 불가피한데다 '큰손'역할을 할 미국ㆍ중국 등이 모두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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