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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 밀집한 만리동 고개의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최근 나들가게로 재탄생한 조그마한 슈퍼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간판을 바꾸고 외부 인테리어를 말끔하게 고친 데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손님들의 발걸음까지 더해져 가게는 언뜻 보기에도 활기차 보인다. 온갖 상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가게 입구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천장에 깔린 조명은 어두침침하던 분위기를 환하게 바꿔 놓았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김선국 사장은 "틈만 나면 쓸고 닦아 깨끗한 가게를 만들고 있다"며 "이제 손님을 맞이하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고 환하게 웃었다. 가게를 찾은 한 손님도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똑같이 팔던 물건인데도 이전과 다르게 훨씬 믿음이 간다"며 "앞으로 더 자주 가게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이야 신바람을 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게 문을 닫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2002년부터 슈퍼마켓을 운영해 왔지만 근처에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장사하기가 부쩍 힘들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신문기사를 통해 나들가게에 대해 알게 된 김 사장은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김 사장의 가게처럼 나들가게로 선정된 슈퍼마켓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200만원 이내의 간판 교체비와 함께 상품진열, 재배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150만원 이내) 등을 지원받는다. 또 우수점포에 대한 견학교육과 현장교육 등을 통해 경영혁신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을 기회도 주어진다. 비용뿐 아니라 경영에 필요한 교육 지원까지 받은 덕에 김 사장은 혼자서 엄두도 내기 어려웠던 점포 탈바꿈에 성공했다. 김 사장의 부인인 서현정씨는 가게가 새롭게 단장한 것이 고마워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편지를 쓰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탑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홍두표 사장도 나들가게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은 케이스다. 홍 사장은 2년 넘게 다른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장사가 안돼 6개월 전 탑동으로 가게를 옮겼지만 하루 매출이 150만원에 머물러 월세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가 자신감을 되찾은 것은 나들가게 개점을 위해 소상공인진흥원에서 파견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가게를 재정비하면서부터다. 손님이 제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고객의 동선을 감안해 제품 진열을 바꿨다. 라면, 맥주 등 슈퍼에서 많이 찾는 제품은 박리다매로 팔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대형마트를 방문해 수시로 가격을 체크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중기청에서 설치해준 포스(POS)시스템도 매출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홍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시스템을 통해 매일 잘 팔리는 제품과 팔리지 않는 제품을 분석, 이를 토대로 잘 팔리는 제품군 위주로 상품구성을 재편한다면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새롭게 나들가게를 꾸민 뒤로 손님들의 반응도 좋고 매출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며 "하루 매출 300만원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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