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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지원(27)씨는 슈퍼푸드로 불리는 아사이베리 과즙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방사능 예방에 효과가 있는 스피루리나 분말을 먹고 점심식사 후에는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폴리코사놀 과립을 섭취한다. 퇴근 무렵 흑마늘 진액을 마신 김씨는 취침 전 프로바이오틱스 음료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김씨가 하루에 섭취하는 건강기능식품은 5종이 넘지만 모두 약국이 아닌 홈쇼핑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김씨는 "이전에는 약국에서 제품을 샀지만 요즘에는 홈쇼핑에 다양한 상품이 있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며 "얼마 전에는 갱년기 장애에 좋다는 '백수오' 추출물을 친정에 보냈는데 엄마 친구들까지 덩달아 홈쇼핑에서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홈쇼핑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앞세워 '우리 집 주치의'로 변신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홍삼과 비타민에서 나아가 장, 위, 간, 눈, 피부, 관절, 두뇌에 이르기까지 신체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이 선보인 '백수오 시크릿'은 올 상반기에만 6만개가 판매됐다. 갱년기 증후군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40~50대 여성의 구입이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는 남미 식물 마카로 만든 '마카도르'도 출시 첫날 매진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4,000개가 팔렸다. 2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고대 잉카 전사가 즐겨 먹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남성 고객의 구입도 크게 늘었다.
GS샵이 단독 판매하는 천호식품의 '흑마늘 진액 플러스'는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국내산 흑마늘을 효소분해공법으로 가공한 이 제품은 마늘 고유의 매운맛과 쓴 냄새를 없애 40대 이상 남성이 전체 구매 고객의 20%에 달한다. 앞서 선보인 '본백수오 프리미엄'도 40~50대 여성 사이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고 오메가3와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관절 팔팔'도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 전문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매주 수요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건강의 발견, 닥터스'는 최신 건강 관련 정보와 상품을 발빠르게 전한다. 흑염소, 아사이베리, 프로바이오틱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매회 평균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홈쇼핑이 건강기능식품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관련 수요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화장품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이유다. 올초에는 유명 패션모델 미란다 커가 몸매 관리를 위해 아사이베리, 스피루리나, 코코넛을 갈아서 만든 해독주스를 마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위한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건강기능식품에서 47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CJ오쇼핑은 최근 전담 인력을 대거 충원했다. GS샵은 기존 1주일에 10회 미만이었던 건강기능식품 편성을 14회로 늘렸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전체 방송 프로그램 중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경태 GS샵 건강식품 상품기획자(MD)는 "선진국형 식습관이 자리를 잡으면서 건강 식품에 대한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마케팅 못지않게 입소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송이 끝난 뒤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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