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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금융주도권 싸고 갈등 조짐

미, 바클레이스·HSBC 이어 SC도제재 움직임<br>영 "런던 금융가 약화 위한 명백한 공격" 발끈

미국 금융당국이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이란 불법금융 거래혐의를 발표한 데 대해 영국에서 런던 금융산업의 기반을 흔들려는 술수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글로벌 금융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SC은행은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영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SC는 런던에 본사를 뒀으나 수익의 90%를 아프리카ㆍ아시아 및 중동에서 거둬들이고 대부분의 거래를 뉴욕을 통해 처리해 미 금융당국의 제재수위에 따라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치권에서 SC은행 조사를 '월가'와 경쟁하는 런던 금융가인 '시티'를 약화시키기 위한 명백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재무위원회 소속 존 맨 하원의원은 "미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이 사이에서 반영(反英)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는 시티의 비즈니스를 월가로 옮기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일련의 영국계 은행에 대한 제재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잇따른 영국계 은행의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의 의도에 대한 영국의 의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바클레이스 은행이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으로 4억5,000만달러를 벌금으로 내기로 합의한 데 이어 HSBC는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공개 사과했고 7억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사자인 SC은행 관계자들도 이번 조사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일 SC은행은 "미국이 돈세탁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힌 2,500억달러의 99.9%가 적법한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익명의 한 SC은행 간부는 뉴욕 금융감독청 보고서가 "사기이며 조작"이라면서 "마치 존 그리셤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런던 금융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은행의 존 피스 회장은 휴가를 단축하고 7일 밤 뉴욕으로 날아와 은행 경영진 및 변호사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그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뉴욕 금융감독청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해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SC은행의 타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 금융당국의 발표 후 주가는 24% 하락해 시가총액이 170억달러나 날아갔다. 코맥 미치 리버럼캐피털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SC은행이 최고 15억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이란과 연관된 사업 부문의 폐쇄로 20억달러 등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란 등과 불법 거래하는 은행 또는 기업에 대한 미 당국의 제재는 더욱 광범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는 "제재는 공중폭격ㆍ봉쇄보다 훨씬 눈길을 덜 받지만 시장이 주목해야 할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에 제재의 고삐를 더욱 세게 죄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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